▲ DGB금융그룹이 김태오 회장 체제에서 전국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6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김 회장은 전임 회장 기소 등 DGB금융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첫 ‘외부 출신’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DGB금융을 이끄는 6년 동안 포트폴리오 다변화부터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등 굵직한 성과를 내 전국구 금융지주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7일 DGB금융에 따르면 28일 대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황병우 대구은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이에 따라
김태오 회장의 임기도 끝난다.
김 회장은 2018년부터 DGB금융을 이끌며 전국구 도약의 바탕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하고 은행에 치중돼 있던 DGB금융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DGB금융의 은행 순이익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73.4%로 지방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낮다. 이는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농협)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NH농협금융(72.6%)과 비슷하고 우리금융(99.9%)과 하나금융(100%)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내 금융그룹이 너도나도 비은행사업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걸고 높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적지 않다.
DGB금융 비은행사업 중심에는 하이투자증권이 있다.
김 회장은 2018년 취임 직후
박인규 전 회장 기소로 암초를 만났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하이투자증권은 2019년 DGB금융 품에 안겼고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11조6146억 원으로 DGB금융 두 번째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후계자 양성을 위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정착시킨 것도 김 회장의 공으로 여겨진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인적쇄신과 함께 임원선임 절차를 공정하게 바꾸기 위해 예비 임원선임 프로그램인 ‘DGB 하이포(HIPO)'를 도입했다.
DGB 하이포는 다음 회장인
황병우 대구은행장과 임성훈 대구은행장 등을 배출했다.
김 회장은 임기 내 주요 과제로 삼은 전국구 도약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하이투자증권과 대구은행의 복합점포를 개설하며 수도권 진출을 준비한 것은 물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이끌어냈다.
다른 시중은행 퇴직자를 채용해 영업력을 높이는 제도를 통해 대구경북 이외 지역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공을 들였다.
▲ 김 회장은 DGB금융이 전국구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김 회장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은 캄보디아 현지법인 설립과정에서 현지 공무원에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김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명예회복에 일정 부분 성공했다.
김 회장 재임 기간 DGB금융의 수익성이 기대만큼 늘지 않은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DGB금융은 자산규모가 2018년 말 74조2천억 원에서 지난해 말 100조3천억 원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835억 원에서 3878억 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김 회장은 DGB금융의 첫 외부 출신 수장으로 여겨진다.
1978년 외환은행으로 입사해 1991년 보람은행(현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2014년까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 하나생명 등에서 일하며 하나생명 대표까지 지냈다.
김 회장은 대구경북 출신으로 고등학교는 경북고를 나왔지만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DGB금융은 2011년 출범 이후 하춘수 초대 회장과
박인규 2대 회장 모두 대구경북 출신으로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김 회장은 2018년 5월 취임했다. DGB금융은 당시
박인규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경영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직후라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김 회장은 사태 수습은 물론 호실적을 바탕으로 2021년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지난해 나이제한 규정 등에 따라 재연임 시도 대신 용퇴를 결정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