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4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역대급 열기로 시선을 모을 전망이다.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거센 가운데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등의 주주 제안이 봇물을 이루고, 경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표 대결도 예상된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주주환원 확대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가 지원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곳곳에서 전운이 감도는 ‘벚꽃 주총’ 이슈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비즈니스포스트] JB금융지주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사이 전운이 주주총회가 다가오며 고조되고 있다.
JB금융지주와 얼라인은 올해 이사회 구성을 두고 주주총회에서 격돌한다. JB금융은 지난해 배당을 두고 벌어진 주총에서 얼라인에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JB금융은 주가 고공행진이란 우군을 확보한 가운데 얼라인은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사 문제로 짚은 이사회의 편중을 지적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 JB금융그룹이 올해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완승을 거둘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JB금융은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처리한다.
주총에 상정된 내용에는 JB금융의 2대 주주 얼라인파트너스(지분율 14.04%)가 제안한 비상임이사 증원과 이사회 후보군 등이 담겼다.
얼라인은 비상임이사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면서 이사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 진입가능성을 높여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비상임이사 후보 1명과 사외이사 후보 4명을 제안했다.
JB금융은 얼라인 제안 가운데 여성과 자본시장 전문가 확충을 위해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이사 추천은 받아들였다. 다만 비상임이사 증원이나 나머지 후보군 선임 요구를 두고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유관우 JB금융 이사회 의장은 주총을 앞두고 공개한 서신에서 “얼라인의 사외이사 및 비상임이사 선임 관련 주주제안은 과도하다”며 “얼라인이 추천한 1인을 수용해 주총에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이를 넘어 다수 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다”고 바라봤다.
얼라인은 JB금융 이사회가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맞서고 있다. 시장 변화에 따라 다양한 경험이 이사회에 요구되는데 JB금융 이사회는 금융이나 경제 경영 등 분야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얼라인은 JB금융 주총 분석 의안을 통해 “현 이사회는 전원이 국내 기관 출신으로 전문성이 경영/경제와 법률/규제, 회계/재무 등에 집중돼 있는 상태다”라며 “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다양성이 부족하고 내부 추천을 통해 장기간 연임한 이사들로 구성돼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바라봤다.
▲ 얼라인은 JB금융 이사회가 전문성이나 다양성에서 부족하다고 바라본다. 사진은 얼라인이 행동주의 플랫폼 비사이드에 게시한 JB금융 주총 분석 의안 가운데 일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 때문에 JB금융 현 이사회가 이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져 현실적 성장 목표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라인의 결론이다.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이 대표적이다.
은행 등 금융사는 성장과정에서 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 없다. 연체율은 물론 대출의 위험도를 따져 매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금융사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아지고 주주환원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JB금융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앞으로 3년 동안의 위험가중자산 성장률 목표치를 7~8%로 제시했다.
다만 얼라인은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 등 대부분의 금융그룹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성장률(4~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던만큼 이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JB금융은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을 얼라인 주장대로 4% 아래로 제한한다면 주주환원 가능 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JB금융그룹 >
JB금융은 얼라인과 완벽히 다른 논리를 펼치고 있다. JB금융 이사회는 경영목표인 ‘수익성 위주 내실성장’에 부합하는 인사로 구성돼 있고 오히려 얼라인이 추천한 후보군이 경험이 자본시장에 편중돼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또한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을 얼라인 제안대로 4%로 제한한다면 자본여력에는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주주환원 금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3년 뒤에는 23%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는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만큼 JB금융 쪽으로 기울고 있다. 주가가 호조를 보일수록 김기홍 회장을 비롯한 현 JB금융 수뇌부가 주주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JB금융 목표주가를 1만5천 원에서 1만7500 원으로 올려 잡으며 “JB금융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은행주 가운데 가장 높다”며 “높은 ROE는 주주환원 강화와 자본비율 상승 등 발전으로 연결되기 수월하다”고 바라봤다.
JB금융은 지난해 주총에서는 3대 주주 OK저축은행과 국민연금의 표를 등에 업고 얼라인에 완승을 거뒀다. 당시 얼라인은 주당 900원의 배당 안건을 냈지만 사측의 주당 715원 안건에 밀렸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