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다나 노조연합 유니포가 올해 GM과 협상에서 수천억 원대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노사갈등 장기화로 경쟁력 악화 우려를 낳고 있는 현대차 노조와 대비된다.
캐나다 노조연합 유니포는 GM과 잠정합의한 내용을 놓고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잠정합의안은 6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25일 토모티브뉴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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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 현대차 사장(왼쪽)과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 |
유니포는 캐나다 최대 민간 노조연합으로 통신, 운송, 제조, 서비스 산업부문의 근로자 총 31만5천여 명이 가입했다. 캐나다에 진출한 GM, 포드, FCA 등 미국 3대 완성차회사 노조 2만 명도 대표한다.
유니포는 19일 미국 완성차회사 3사와 노조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제리 디아스 유니포 대표는 잠정합의안 가결 결과에 대해 “이번 결과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유니포는 노조가 단결력을 보였을 때 노조 집행부가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유니포와 GM의 합의안에 근로자들의 인금인상과 관련한 내용도 담겼지만 무엇보다 GM으로부터 421억 달러(4666억여 원)의 현지 투자를 이끌어낸 점이 주목을 받는다.
디아스 대표는 GM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 캐나다에 더 많은 투자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이런 요구는 다른 회사와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이번 합의 결과에 따라 캐나다 정부와 협력해 온타리오주 오샤와에 ‘유의미한’ 수준의 제작과 기술 관련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포가 GM에 이어 포드, FCA와 협상에서도 현지투자를 이끌어낼 경우 캐나다 자동차산업은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 진출한 완성차회사들은 멕시코 등 남미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남미로 생산거점을 이전할 계획을 세웠었다. 이 때문에 캐나다 자동차산업 침체가 우려됐고 이에 대응해 유니포는 현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해달라는 요구를 앞세워 완성차회사들과 협상에 나선 것이다.
캐나다 자동차산업 발전을 이끌어낸 유니포와 GM의 행보는 노사갈등으로 시름하고 있는 현대차의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한 뒤 120여 일이 지나는 동안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섰다고 현대차는 추산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파업 강도를 높이면서 12년 만에 전면파업을 강행했다. 노조 집행부가 회사와 도출한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노조는 추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회사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의 책임 떠넘기기식 태도도 임금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지난 9일 임금협상이 장기화하자 “현대차가 임금인상을 위해 파업을 지속한다면 고객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하며 노조를 책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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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리 디아스 유니포 대표. |
현대차는 회사가 장기적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만큼 노조가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노조 역할을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생산량을 결정할 때 노사가 합의하는 안을 제안했지만 현대차는 ‘경영권과 관련된 요구는 수용불가’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량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55만 대로 인도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인도에 밀린 것 처음 있는 일로 이대로 가다간 인도에 5위 자리를 아예 내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대기아차의 국내생산 비중은 꾸준히 줄고 있다. 2012년 49%였던 국내생산 비중은 지난해 4.2% 포인트 떨어진 44.8%였다. 현대차 중국 4, 5공장과 기아차 멕시코공장이 가동되면 국내생산 비중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임금협상이 인금 인상에만 함몰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차 노사는 국내 산업계와 노동계에 미치는 대표성이 큰데 발전적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캐나다 노조연합 유니포(Unifor)의 이름은 ‘Union Forward’를 줄인 말로 ‘앞을 향해 나간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