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새로운 파트너를 골라야하는 김 사장에게 주어진 선택지와 시간적 여유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22일 비지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HMM은 글로벌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속한 하팍로이드의 이탈에 따른 대응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해운동맹은 여러 해운선사들이 모여 노선과 선복을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협력체이다. 해운동맹에 참여하면 다양한 일정을 화주에게 제공할 수 있어 영업력이 높아지고 운임 방어와 원가 절감에서도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다시 말해 동맹을 통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운항횟수도 늘릴 수 있으며, 항만 터미널을 공유해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해운전문가들은 하팍로이드의 이탈로 디얼라이언스의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팍로이드가 디얼라이언스의 최대 규모의 선사이자 선복량의 25%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얼라이언스는 글로벌 10대 해운선사 가운데 규모가 뒤처지는 해운선사들이 모여 있어 각 선사들은 보유선복의 대부분을 공동운항에 투입하고 있다. 디얼라이언스의 의존도가 높은 것인데 HMM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해운전문매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HMM은 보유선박의 78%를 디얼라이언스를 위한 서비스에 투입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3분기까지 기준 누적 매출의 18%를 디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사로부터 거두고 있다.
하팍로이드의 탈퇴까지 남은 시간은 1년으로 김 사장은 올해 안에 HMM의 새로운 해운동맹 전략을 수립·시행해야하는 난제를 갑자기 맞닥뜨리게 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18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해운동맹 내 최대 선사의 이탈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하팍로이드의 탈퇴에 대한 협력사 간 사전 합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HMM이 초대형(2만TEU 이상) 선박(2만TEU 이상)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새로운 해운동맹 결성에 유리한 요소다.
초대형선박은 투입한 노선 전체의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HMM이 2020년 4월 디얼라이언스의 가입한 것도 초대형 선박의 힘이 컸다. HMM은 2만TEU 이상 컨테이너선을 12척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의 16.9%에 해당한다.
다만 새로운 파트너가 될 해운선사는 그리 많지 않다.
우선 거론되는 새로운 해운동맹 파트너로는 2025년 해체하는 해운동맹 ‘2M’ 소속의 세계 1위 해운선사 ‘MSC’와 현재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10위 해운사 ‘짐’ 및 11위 해운사 ‘완하이’ 등이 있다.
MSC는 선복량 564만TEU, 발주잔고 143만TEU 등 독자적으로도 해운동맹에 필적하는 규모의 선대를 가지고 있어 해운동맹을 맺을 유인이 적다.
또한 선복량 62만TEU의 짐은 해운동맹보다 노선 공동운항 정도만 나서고 있고 48만TEU의 완하이는 아시아 근해 항로를 중심으로 운항하고 있어 원양항로 중심의 해운동맹 참여의 실익이 적다.
이외의 ‘오션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은 2027년까지 협력을 약속해 이를 깨고 새로운 해운동맹을 결성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글로벌 해운동맹의 개편은 지난해부터 예고됐다. 2023년 2월 세계 1,2위 선사인 MSC와 머스크가 2M을 해체하기로 발표하면서다. 현재의 해운동맹 체제는 HMM이 2020년 4월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서 구축된 것이다.
▲ 독일 해운선사 하팍로이드가 HMM이 소속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를 이탈해 머스크와 손잡고 새로운 해운동맹을 결성하기로 했다.
해운동맹의 개편 이슈가 불거지며 올해 컨테이너선업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HMM의 키를 쥔 김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예맨 반군의 통행선박 공격과 파나마 장기 가뭄으로 주요 해상 교역로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탄소집약도지수(CII)의 시행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된다. 다만 신조 인도가 시작되는 등 운임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사들도 시장 변화 및 동맹구도 재편에 대응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HM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하팍로이드사와는 2025년 1월까지는 차질없이 협력이 추진될 것"이라며 "화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