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주채권은행장으로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이끌어냈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기 쉽지 않다.
과거에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돌발변수로 인해 끝내 법정관리를 받은 사례도 있기 때문에 강 회장이 태영건설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는 역량을 선보이는 것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이끌어냈지만 돌발변수로 인해 끝내 법정관리를 받은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연합뉴스> |
12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 채권단들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함에 따라 4월 제2차 채권자협의회까지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한다.
산업은행은 이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알리면서 “금융채권자 앞으로 부의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안건에 대한 결의서를 11일 자정까지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워크아웃을 개시할 것을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워크아웃 개시가 성사되기까지 강 회장이 주채권은행장으로 핵심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태영건설 채권단이 400여 곳이 넘는 상황이라 워크아웃 개시 합의가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었으나 강 회장의 태영그룹을 향한 강한 압박은 채권단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강 회장은 3일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했던 내용보다 후퇴한 자구안을 발표하자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을 열어 태영그룹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추가 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물코를 열었다.
당시 강 회장은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다”며 “간곡함이 있다면 거기에 상응되게 자구계획안을 제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 회장의 발언에 힘입어 산업은행은 주요 채권단과 함께 태영그룹에게 ‘대주주의 뼈를 깎는 충분한 자구 노력’을 강하게 요구해나갈 수 있었다.
강 회장은 워크아웃이 마무리될 때까지 태영그룹을 향한 압박의 고삐를 강하게 쥐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건설의 자산부채를 실사하는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숨겨진 채무가 발견된다면 채무 규모에 따라서 워크아웃 진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강 회장은 워크아웃이 무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태영그룹에 한층 강화된 자구안 마련을 요구할 수 있다.
▲ 태영건설의 숨겨진 채무와 자구안 이행 여부도 워크아웃 진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태영그룹을 향한 고삐를 강하게 쥐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게다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이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한다면 워크아웃 절차가 종료되고 법정관리로 전환될 우려도 있다.
2010년에도 금호그룹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당초 약속한 사재 출연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재 태영그룹도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에 압박에 밀려 SBS 지분 담보를 포함한 추가 자구안을 발표한 상황이기에 상황에 따라서 태영그룹이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산업은행과 주요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오너 일가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 가운데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강 회장은 태영그룹에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압박을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산업은행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협의회가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한 것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자구계획과 책임이행 방안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하며 차질 없는 자구안 이행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주채권은행이 워크아웃에 있어서 채권자협의회를 운영하고 채권단의 의견 조율을 하면서 성공적 워크아웃을 위해 중간에서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