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P파리바 폴란드 지사. <위키디미아 커먼스>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은행들이 친환경 부문에 투자해 거둬들인 수익이 화석연료를 2년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지난해 대형 은행들이 친환경 채권과 대출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화석연료 수익보다도 높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해 얻은 이자와 배당 등을 통한 수익은 30억 달러(약 3조9300억 원)로 화석연료 관련 수익 27억 달러(약 3조5364억 원)보다 3억 달러 더 많았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화석연료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
친환경과 화석연료 구분에 따라 투자하는 진영도 달라졌다. BNP파리바, 크레디아그리콜, HSBC 등 유럽은행들은 친환경에 주로 투자한 반면 웰스파고, JP모건 등 미국은행들은 화석연료에 주로 투자를 단행했다.
구체적으로는 BNP파리바가 1억3천만 달러(약 1703억 원), 크레디아그리콜과 HSBC가 그 뒤를 이어 각각 9600만 달러, 9400만 달러 수익을 거뒀다.
화석연료 진영에서는 웰스파고가 1억7백만 달러(약 1401억 원)로 가장 많이 벌었고 JP모건이 1억6백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블룸버그는 이처럼 국적에 따라 은행들의 투자처가 달라지는 현상의 원인이 각국의 기후규제에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은 각종 기후규제로 인해 화석연료 업계에 투자하면 은행들이 벌금과 제재를 받는데 미국은 이 같은 제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공화당을 지지하는 일부 주에서 기후규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지난해 10월 탄소중립 실천 계획을 가진 상장법인들의 퇴출을 추진하기도 했다.
텍사스주는 미국 원유의 25%가 매장된 지역으로 엑손모빌 등 다양한 화석연료 대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화석연료를 앞지른 친환경 프로젝트 수익에도 불구하고 관련 투자 규모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리나 화이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 지속가능부문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투자 규모는 필요한 친환경 전환 수준의 근처에도 못 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은행들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한 자금 총액은 5830억 달러(약 704조 원)로 집계됐다. 2022년 자금 총액 5940억 달러(약 778조 원)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은행들이 파리협정 목표 실천에 근접하려면 현 투자 수준의 최소 4배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