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변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더라고 한국은행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와 가계부채 등으로 고려해 금리를 따라서 내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기준금리 인하에 손사래를 치던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예고함에 따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 준비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은 13일(현지시각)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5.25~5.50%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동시에 내년 말 금리가 4.50~4.75%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표를 공개했다.
이에 금융업계는 현재 기준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아진 연준위원들의 전망치를 바탕으로 연준에서 내년에 3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하기 전에 첫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언급한 만큼 첫 인하 시점을 기존 내년 3분기에서 이제는 2~3분기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경제전망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하향된 점은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지고 인하 폭도 확대될 것임을 보여준다”며 “내년 6월 금리 인하 시작과 연간 4차례 인하로 전망을 수정해 제시한다”고 예측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점도표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결정적 트리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경제의 연착륙 속에 물가 안정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만큼 내년 3분기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상반기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하다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연준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경우 미국 통화정책에 강한 영향을 받는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고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연준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치인 2%포인트로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 이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연준에서 금리를 내리더라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하거나 연준보다 더 작은 폭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성급하게 기준금리 인하를 시도했다가 가계부채 증가를 다시금 부채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고금리 속에서도 8개월 연속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2024년 1월11일 새해 들어 처음으로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일곱 번째로 동결하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11월에 열린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열어두며 매파적 태도를 보였으나 내년 1월 금통위에서는 연준의 영향을 받아 매파적 입장이 한층 누그러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후 이 총재는 내년 2분기부터 시작될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폭을 살피며 내년 하반기 무렵 금리 인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선제적 인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분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크지만 한국은행이 독립성을 부각시키면서 선제적으로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크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