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이노텍이 지속해서 높아지는 애플 매출 의존도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임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 부사장은 반도체 기판과 전장부품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 부사장이 기판과 전장부으로 매출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의 3분기 매출 가운데 75.4%가 애플로부터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LG이노텍 매출 구조에서 애플 비중은 2016년 35% 가량이었지만 2017년 55%, 2018년 58%, 2019년 65%, 2020년 68%, 2021년과 2022년 70% 중반대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문 최고경영자는 최고전략책임자를 지낸 만큼 LG이노텍의 시급한 과제인 균형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LG사이언스파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반도체 패키징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부터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와 전장부품에서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로 나선 첫 공식일정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특히 전장부품 사업과 관련해 전장용 카메라 모듈 사업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최고경영자가 광학전문가로서 카메라 사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이력이 있어서다.
문 최고경영자는 1998년 LG전선(현재 LS엠트론)에 입사한뒤 2009년부터 현재까지 LG이노텍에서 근무했다.
특히 2014년 광학솔루션 개발실장, 2015년 광학솔루션개발담당 상무, 2022년 광학솔루션사업부장 부사장을 거치면서 카메라 관련 기술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전자업계에서는 애플과 카메라 모듈 사업에서 협력이 강화된 것도 문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만큼 자신이 잘 아는 카메라 사업의 잠재력을 우선적으로 전장부품 분야로 확장하는 역할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지난해 테슬라로 추정되는 북미 고객사에 대규모 전장용 카메라 모듈 납품을 성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부품은 테슬라의 새로운 픽업전기차 모델 사이버 트럭에 탑재될 것으로 전해진다.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은 2017년 적자로 돌아선 뒤 5년 가까이 수익을 내지 못하며 실적이 부진해 ‘아픈손가락’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올해 연간 기준으로 소폭이나마 영업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문 최고경영자로서는 사업확대에 탄력을 붙일 공산이 크다.
더욱이 LG그룹 차원에서도 전장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만큼 LG이노텍은 계열사와 협력관계를 다져 시너지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앞으로 전장부품 사업에서 원가를 개선하고 신규 고객사를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율주행 및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따라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실적도 우상향할 것이다”고 말했다.
▲ LG이노텍 전장사업이 앞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문 최고경영자는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칩에 쓰이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사업 확대에도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경영자로서 나서는 첫 행사로 반도체 패키징 간담회에 참석한 것도 이와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LG이노텍은 2022년 FC-BGA 사업에 4130억 원을 투자해 지난해 6월 첫 양산을 시작했는데 내년 이후 생산 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확대와 생성형 인공지능 바람이 불면서 고성능 반도체 칩에 쓰이는 FC-BGA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LG이노텍이 실적 밸런스를 맞추는데 보탬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FC-BGA의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선두업체와 격차를 축소하면서 앞으로 시장지배력 확대가 기대된다”며 “특히 자율주행차에 최적화된 부품솔러션 공급이 가능할 정도로 탄탄한 구조를 갖춘 만큼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고객기반 확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LG이노텍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고속통신 등에 적합한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나타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