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웨이가 출시하는 신형 노트북에 자체 설계한 5나노 미세공정 프로세서가 적용된다. 화웨이 노트북에 탑재되는 '기린 9006C' 프로세서 이미지. <화웨이>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새로 출시하는 노트북에 자체 기술로 설계한 프로세서를 적용한다. TSMC 또는 SMIC의 5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 이후 자체 기술로 5나노 프로세서 개발 및 양산에 성공했다면 글로벌 반도체업계에 다시금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
6일 중국 IT전문지 마이드라이버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새 업무용 노트북 ‘칭윈L540’를 출시했다.
칭윈L540은 화웨이가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설계한 컴퓨터용 프로세서 ‘기린9006C’를 탑재하고 있다. 운영체제 역시 화웨이가 개발한 ‘기린OS’를 지원한다.
기린9006C는 화웨이가 2021년에 출시한 노트북에 처음 탑재된 프로세서다. 당시 대만 TSMC의 5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를 활용해 위탁생산됐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신형 노트북에도 5나노 공정 기반 기린9006C가 적용됐다는 점을 두고 여러 해외언론과 유명 팁스터(정보 유출자)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TSMC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기술 규제에 영향을 받고 있어 현재는 화웨이에 5나노 파운드리로 생산한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 주요 고객사들이 TSMC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TSMC가 미국의 규제를 위반하면서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유명 팁스터 OreXda는 화웨이 신형 노트북에 쓰이는 프로세서를 TSMC 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제조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SMIC가 최근 화웨이 스마트폰에 적용된 7나노 프로세서를 위탁생산해 공급한 데 이어 더 앞선 기술인 5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술 상용화에도 성공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SMIC는 미국 정부의 규제로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EUV(극자외선) 장비를 사들일 수 없다.
그럼에도 구형 장비를 활용해 7나노 반도체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서 미국 정부는 물론 세계 반도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는 데 확실한 효과를 거두지 못 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만약 SMIC가 5나노 미세공정까지 상용화에 성공해 화웨이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생산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더 큰 파급력을 나타낼 공산이 크다.
SMIC가 현재 기술력으로 5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산 효율성은 낮겠지만 1~3년 안에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다만 7나노 파운드리를 상용화한 지 수 개월만에 5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규제 시행 직전에 TSMC에서 최대한 많은 프로세서 물량을 확보해 재고로 쌓아둔 뒤 신형 노트북에 탑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고개를 든다.
이번에 출시된 노트북이 TSMC가 위탁생산을 담당했던 자체 개발 프로세서 재고를 처분하려는 목적을 두고 출시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SMIC의 7나노 프로세서를 적용한 화웨이 스마트폰도 예고 없이 출시됐던 만큼 이번에 선보인 노트북 신제품도 당분간 상당한 관심을 모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 L540 노트북은 램과 SSD 용량, 운영체제별로 가격을 달리한 15개 모델로 출시된다.
가장 가격이 낮은 모델은 6천 위안(약 110만 원), 최고가 모델은 8115위안(약 149만 원)에 판매된다. 아직 중국 내수시장 이외에서 판매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