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호소했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냉담하다.
채권단은 여전히 한진그룹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진해운의 운명은 30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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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선박금융 유예협상과 용선료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알린 데 대해 “달라지는 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에게 필요한 운영자금은 선박금융 만기유예와 용선료 조정이 모두 성공적으로 끝났을 경우를 가정해 추산한 것”이라며 “협상 결과가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소식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실사결과를 토대로 일반적인 경우 내년까지 1조∼1조3천억 원,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하는 최악의 경우 최대 1조7천억 원까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앞서 한진해운은 28일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금융기관에서 선박금융 상환유예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달해왔다”며 “이를 통해 1280억 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상환유예에 동참하는 해외 금융기관이 늘어날 경우 모두 4700억 원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파악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협상에서 마지막까지 난항을 겪던 최대 선주사인 시스팬이 산업은행의 동의를 조건으로 용선료 조정에 합의했다”며 “선박금융 유예를 통해 4700억 원, 용선료 조정을 통해 8천억 원 등 모두 1조2700억 원의 유동성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선박금융 상환유예가 확정되면 운영자금 규모가 1280억 원가량 줄어들긴 하지만 지금과 같이 단순히 동의하는 의사를 전달한 것만으로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26일 채권금융기관 실무자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작업을 계속할지에 대해 채권기관들에게 의견을 물어 30일까지 한진해운 처리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당시 채권단 실무자들 사이에서 부정적 목소리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진그룹은 28일 입장자료에서 “현재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100%나 되는 등 한진그룹이 재무적으로 녹록한 상황이 아니어서 5천억 원 이상의 지원은 무리”라며 “그럼에도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을 살리고자 노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사실상 한국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것은 물론 조선업과 항만업 등 관련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수출기업의 물류비용 또한 연간 4407억 원이 추가될 것이라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조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25일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4천억 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부족자금이 또 필요할 경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다른 계열사가 1천억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이는 당초 채권단이 요구했던 1조 원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