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영중 씨티랩스 대표이사가 올해 3번째 고팍스 대표로 임명되며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을 설득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았다.
22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통한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3번째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순조롭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조영중 고팍스 대표이사가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을 위한 금융당국 설득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최근 임명된 조 대표는 올해 들어 3번째 대표이사다.
바이낸스가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사업자 변경 신고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서 2월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이사를, 6월에는 이중한 고팍스 부대표를 대표이사로 앉힌 바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레온 풍 대표와 국내 금융당국 사이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3개월 동안 사업자 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전 대표가 나섰지만 이번에는 바이낸스의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바이낸스는 창펑 자오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이 미국 검찰과 금융당국으로부터 러시아 경제 제재 위반, 자금세탁, 사기, 증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바이낸스는 프랑스, 브라질 등에서도 수사를 받았는데 브라질 정부는 사법당국에 바이낸스 경영진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바이낸스는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지분 8.55%를 확보한 시티랩스 대표이사인 조 대표를 3번째 고팍스 대표로 삼고 3번째 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주력사업인 고팍스 수익성 체계를 살펴보며 경영 안정화를 위한 체질개선에 집중하겠다”며 “가상화폐 시장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대외 여건도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어 사용자 확대 등 중장기 수익모델을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새로 선임된 조 대표의 임무인 사업자 변경 신고 허가를 일궈내기 어려울 것으로 바라본다.
▲ 바이낸스가 사법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국내 사업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 <창펑 자오 사회관계망서비스> |
조 대표가 취임하며 발표한 체질개선과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는 우선 바이낸스가 안정적으로 한국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바이낸스가 보유한 자금이 들어오며 고객 확보를 위한 여러 서비스 확충 등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금융정보분석원이 무게를 두고 바라보는 고팍스 내부를 고려하면 달라진 상황이 없다.
바이낸스는 여전히 고팍스의 지분 약 70%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외부에서 데려온 대표이사라지만 금융당국이 최대주주의 적격성을 검토할 때 달라진 점이 없는 셈이다. 고팍스 내부 경영진도 80%가 바이낸스 측 이사진으로 알려졌다.
금융정보분석원이 고팍스의 3번째 사업자 변경 신고에도 바이낸스가 미국에서의 사법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다는 근거가 확실하기 전까지 국내 진출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FTX 경영진 소송도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FTX는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지만 지난해 11월 파산했다. 파산 과정에서 창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의 송금, 증권 사기 및 공모, 자금세탁 등 7가지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가 현재 미국 검찰로부터 받고 있는 혐의와 유사하다.
FTX의 파산에는 경영진의 무리한 담보대출과 그 과정에서 사기 등의 범죄 행각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져 바이낸스의 사법리스크도 경영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통해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한 뒤 사법리스크 등으로 파산이라는 경영 문제를 드러내게 된다면 한국 가상화폐업계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표는 바이낸스의 미국 소송 과정에서의 소명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에 제출해 사업자 변경 신고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소비자보호를 최대 목표로 삼는 한국 금융당국의 특성을 고려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임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