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하락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긴축 기조 장기화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 상승, 중동 사태 등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을 언급하며 매파적 태도를 유지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유튜브 갈무리> |
시장은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보다 긴축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물가 경로는 아직까지 한국은행의 예상을 따라가고 있으나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은행은 서울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2월부터 6연속 동결 결정이다.
이 총재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7%로 높게 나오긴 했으나 여전히 한국은행의 예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바라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비자물가지수가 2.3%에서 9~10월 3%대로 올랐다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 커진 불확실성도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꼽혔다.
이 총재는 “금리를 3.5%로 동결한 가장 큰 원인은 성장 경로, 물가 경로, 가계부채의 추이 등 여러 불확실성에 있다”며 “일단 불확실성의 추이를 보고 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지역의 분쟁 등으로 커진 불확실성은 금리 향방 다양성을 열어두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금통위원 6명 가운데 1명은 향후 방향성(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을 두고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5명은 그럼에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은 만큼 긴축을 강화하기 위해 인상 가능성 열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도 중동지역 분쟁과 관련한 질문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어떤 시나리오가 적합할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 결과 등을 모두 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화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 총재는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금 상황을 봤을 때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다”고 말했다.
물가 하락 속도는 금리 인하 시기와 연동될 수 있는 만큼 증권가에서도 금리 인하 시기가 2025년까지 밀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리 변곡점 시기에 대해서도 보수적 시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6일 한은의 물가 예상 경로가 낙관적이라며 “한은의 금리인하 시작을 2024년 3분기로 판단했으나 4분기 혹은 2025년으로 늦어질 가능성도 열어놓고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재가 가계부채에 대해 아직 금리로 해결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어 금리 향방에 물가영향이 커진 점도 금리 인하 시기가 뒤로 밀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하고 연관된 것이 더 많아서 결국 부동산 가격에 대한 문제다”며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화할 건지를 타깃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