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된 뒤 두 회사의 투자부문을 통합해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그룹이 이런 지배구조개편을 이뤄내면 신사업 투자가 기존사업에 부담을 줄 위험이 줄어 바이오와 스마트카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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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삼성그룹의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며 “그룹 차원의 신규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해 투자부문이 삼성전자 사업부문을 포함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갖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삼성물산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돼 투자부문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며 궁극적으로 삼성전자 투자부문과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부문 통합법인은 삼성전자 사업부문과 전자계열사, 바이오계열사를 모두 지배하게 된다.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계열사 역시 지배구조 아래 놓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일가도 삼성물산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 등 보유지분이 적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두 회사의 투자부문 합병은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의 이전단계로 볼 수 있다”며 “삼성그룹이 최근 이어온 선택과 집중 전략에 맞아떨어지는 변화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런 지배구조변화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보 외에 삼성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사업과 스마트카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줄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모두 98%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 삼성전자 전사조직인 전장사업팀이 주도하는 스마트카 관련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업체 등 외부업체의 인수합병을 계속해 추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모두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될 경우 투자부문이 주도하는 신사업 투자가 기존 사업부문에 주는 영향이 줄어 성장전략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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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
그는 “바이오와 스마트카 등 신규사업은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아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기존사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의 분할은 이런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변화”라고 파악했다.
삼성그룹은 새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더 이어가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생산시설에 3조 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사업영역 확대와 신규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투자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전장부품에서 후발주자로 입지를 확보하려면 기술력과 고객사 기반을 확보한 관련업체의 인수합병이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그동안 진행한 사업구조 간소화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지배구조 개편과 신사업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단기간에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