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시장 순자산총액(AUM) 1위 상품이 15년 만에 바뀌면서 삼성자산운용의 ‘Kodex(코덱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타이거)’의 1등 경쟁에도 시선이 몰린다.
1등 브랜드를 지키려는 Kodex와 이를 쫓는 TIGER의 경쟁은 앞으로 점점 더 치열해지며 국내 ETF시장 성장세를 지속해서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 삼성자산운용의 Kodex의 뒤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가 바짝 뒤쫓고 있다. |
1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의 1위 다툼이 2008년처럼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나온다.
Kodex 200은 14일 국내 ETF시장 순자산 1등 상품 자리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에 내줬는데 Kodex 200이 1등에서 내려온 것은 2002년 국내 ETF시장이 열린 뒤 2008년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다만 2008년에는 7월14일부터 16일까지 단 3일 동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에 1위를 내줬다가 곧바로 1위를 탈환한 뒤 최근까지 단 한 번도 1위를 다시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시장 흐름에 따라 Kodex 200과 당분간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Kodex 200을 잡은 TIGER 200은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사실상 같은 성격의 상품이었지만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코스피지수와 전혀 관련이 없는 CD(양도성예금증서) 91일물 수익률을 따르는 금리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Kodex 200은 기본적으로 코스피가 살아나야 순자산이 늘어날 수 있는데 현재 국내증시는 긴축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여겨진다.
반면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금리형 상품인 만큼 고금리시대 안정적으로 가격이 지속 상승하며 순자산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지금처럼 증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 이어진다면 시장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반응하는 금리형 상품이 순자산 증가에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ETF시장 1등 상품이 Kodex에서 TIGER로 바뀌면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Kodex와 TIGER 전체 순자산 규모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Kodex는 2002년 브랜드 출범 이후 지금껏 국내 ETF시장 순자산총액 1등 브랜드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TIGER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15일 기준 삼성자산운용 Kodex와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44조7184억 원과 40조5338억 원으로 점유율은 각각 40.8%와 37.0%, 차이는 3.8%에 그친다. 지난해 말 4.3%에서 0.5%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순자산은 삼성자산운용이 더 많이 늘었지만 전체 시장이 더 빠르게 커지며 점유율 차이는 줄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대비 순자산이 각각 11조7679억 원(36%)과 10조9664억 원(37%) 증가했다.
TIGER는 개인투자자의 ETF 투자 확대에 힘입어 Kodex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odex와 TIGER는 올해 들어 각각 5월과 9월에 나란히 순자산총액 40조 원을 넘어섰는데 30조 원에서 10조 원이 더 늘어나기까지 Kodex는 약 2년, TIGER는 약 1년이 걸렸다.
향후 국내 액티브 ETF시장 성장 속도도 Kodex와 TIGER의 1위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액티브 ETF는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와 달리 운용역의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액티브 ETF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2017년 물적분할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을 통해 8월 액티브 전용 브랜드 KoAct를 새로 론칭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TIGER 브랜드로 액티브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이를 삼성자산운용처럼 별도의 브랜드로 분리할 계획도 없다.
액티브 ETF는 현재 국내 전체 ETF시장의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액티브 ETF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면 점유율 측면에서 별도의 브랜드를 지닌 Kodex보다 액티브 상품을 동일한 브랜드로 운용하는 TIGER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치열한 경쟁은 전체 ETF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이 국내 ETF시장 순자산 1위에 올랐다고 15일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
국내 ETF시장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성장과 함께 전체 파이도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ETF시장은 6월 말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100조 원을 넘어선 뒤 지속 성장해 15일 기준 110조 원까지 커졌다.
15일 기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합산점유율은 77.8%로 지난해 말 79.6%에서 1.9%포인트 줄었다.
빈 자리는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채웠다.
올해 들어 15일까지 전체 ETF시장이 40% 성장하는 동안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키움자산운용 등은 각각 순자산을 178%와 93%, 71%, 45% 늘리며 점유율을 확대했다.
글로벌 선진 ETF시장을 봐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가 선두에서 전체 시장 확대를 이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ETF시장인 미국의 경우 1위 운용사인 아이셰어즈(iShares)가 30% 넘는 점유율을 지니고 있고 2위 뱅가드(Vanguard)와 3위 스파이더(SPDR) 등 상위 3개 자산운용사를 합친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일본 역시 1위 운용사인 노무라(Nomura)AM이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위 니꼬(Nikko)AM과 3위 다이와(Daiwa)를 합친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ETF시장은 선진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초중반 성장 단계로 볼 수 있다”며 “국내 ETF시장이 미국, 일본 등 선진시장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파이를 지속해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