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LS산전 회장이 중남미 전력인프라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LS산전은 그동안 이라크 등 중동의 전력인프라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실적을 늘려왔으나 최근 정치적 문제로 신규수주가 어려워지면서 매출확대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구 회장은 중동의 대안으로 중남미를 꼽고 있다.
◆ LS산전, 중남미 진출 주력
21일 업계에 따르면 LS산전이 중남미 전력인프라시장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
|
|
▲ 구자균 LS산전 회장. |
LS산전은 최근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서 에콰도르 전력청과 910만 달러(약 103억 원) 규모의 ‘230kV급 변전소 구축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LS산전은 2014년 아이티에 변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따내며 중남미에 진출했는데 그 뒤 한동안 수주가 끊겼다가 이번 계약으로 다시 중남미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약은 사업을 발주한 나라가 에콰도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S산전은 2013년 중남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에콰도르 키토에서 에콰도르 전력청 관계자들을 초청해 전력기기 관련 기술세미나를 열었다.
LS산전은 당시 에콰도르가 전력인프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판단에 에콰도르를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점찍었다. 5년 안에 에콰도르 전력시장 3위 업체에 오른 뒤 이를 발판으로 칠레, 페루 등 근처의 중남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슈나이더, 지멘스, GE 등 글로벌 전력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에콰도르에 진출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LS산전 관계자는 “중남미 전력시장은 진입장벽이 높다”며 “에콰도르에서 이번에 수주를 따낸 것은 오랜 기간 중남미 진출을 준비해 온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중동지역, 리스크로 고전
구자균 회장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전력인프라사업의 특성으로 볼 때 내수시장의 매출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LS산전은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는 물론 수단 등 아프리카에도 진출해 그동안 좋은 성과를 냈다.
|
|
|
▲ 구자균 회장이 2011년 11월 바그다드 현지에서 카림 아프탄 이라크 전력부 장관을 직접 만나 변전소 수주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특히 2010년 시리아를 시작으로 ‘아랍의 봄’을 맞은 중동에 진출해 대규모 수주를 잇따라 따냈다.
지난해 이라크 신도시에 구축되는 전력인프라의 사업자로 선정돼 해외 단일계약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진 1억4700만 달러(약 16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따내는 등 2011년 이후 이라크에서만 6억 달러(약 6500억 원) 넘게 수주했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의 정치적인 혼란 등으로 중동에서 수주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라크 등 중동국가들은 이슬람국가(IS)의 세력확대는 물론 유가하락에 따른 오일머니 부족으로 정치적인 혼란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S산전은 이라크사업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이라크 관련 비용은 현지 정치상황을 감안했을 때 향후 LS산전의 실적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LS산전 관계자는 “이라크사업 관련해 대금지급에는 문제가 없으나 현지사정으로 대규모 수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중동정세가 나아질 경우 다시 대규모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남미, 놓칠 수 없는 전력인프라시장
그런 면에서 중남미는 LS산전에게 더욱 매력적이다.
중남미는 풍족한 자원, 많은 인구, 넓은 땅에 비해 부족한 인프라를 지니고 있어 높은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중남미 전력인프라사업 투자는 현재 미주개발은행(IDB), 세계은행(WB) 등 세계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세계금융기관들은 중남미 국가들의 성장잠재력을 고려해 기간산업인 전력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산전이 이번에 따낸 에콰도르사업과 2014년 따낸 아이티사업 역시 모두 미주개발은행의 투자로 진행된 것이다.
신용도 높은 세계금융기관들을 투자자로 확보하게 되면 대금지급, 계약이행 등의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
|
|
▲ 구자균 회장이 2012년 3월 아메르 압둘마지드 이라크 전력부 차관을 경기도 안양의 LS타워에 초청해 앞으로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있다. |
업계 관계자는 “구자균 회장은 기업가로 활동하기 전 대학강단에서 국제경영학을 가르치던 교수였다”며 “누구보다 국제정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에 찾아온 중남미 공략의 기회를 쉽게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2011년 이라크에 처음 진출한 뒤 이라크 전력부(MOE) 차관단을 한국에 직접 초청해 사업에 대해 논의하며 이라크사업을 강화한 경험이 있다.
아이티에 진출한 뒤에도 아이티 전력청(EDH)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LS산전 관계자는 “중남미는 물론 수주규모가 큰 중동, 아시아 등 모든 해외시장이 LS산전에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글로벌사업을 지속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