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디슨의 실적부진이 깊어지고 있어 삼성전자도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메디슨이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합병수순을 다시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삼성메디슨을 매각해 독자생존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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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 |
19일 삼성메디슨에 따르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86억 원, 영업손실 110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13% 줄고 영업손실은 93% 늘었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1분기부터 여섯분기째 연속으로 적자를 내며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269억 원을 냈는데 올해 상반기만 영업손실 185억 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삼성전자가 2011년 성장성이 높은 의료기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인수한 기업인데 초음파진단기 등 영상진단기기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GE와 지멘스 등 기존 의료기기업체의 지배력이 막강한데다 건강과 직결되는 의료기기시장의 특성상 신규업체의 진입도 쉽지 않아 사업확대에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인메디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의료기기시장에서 삼성메디슨의 점유율은 4%에 그쳤다. 2014년 5.8%, 2015년 상반기 4.3%와 비교해 점유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의료기기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수익성과 점유율이 동반하락하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삼성메디슨은 막대한 운영비와 연구개발비를 필요로 하는데다 경쟁업체에 밀려 시장확대도 쉽지 않다”며 “비주력사업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삼성메디슨을 매각할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 지분 전량을 매각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의 시너지를 강화해 시장확대를 노릴 것”이라며 부인했다.
삼성메디슨이 인력을 감축하고 해외법인을 정리하는 등 조직 효율화작업을 이어오고 있어 결국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합병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2분기에 삼성메디슨 독일법인을 청산하고 올해 인도법인도 정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2012년부터 모두 10개의 해외사업부를 정리했다.
삼성메디슨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브랜드를 일원화해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마케팅도 같이 진행하며 사실상 통합운영되고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이 삼성메디슨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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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메디슨의 초음파진단기기. |
삼성전자는 2014년 삼성메디슨과 의료기기사업부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메디슨의 실적이 지금과 같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다시 사업개편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메디슨 주주연대는 최근 이어진 실적부진에 대해 삼성그룹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삼성메디슨의 공개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회사의 성장이 뒤로 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삼성메디슨 매각을 공개요청하겠다”며 “삼성메디슨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의 연결을 끊어 독자생존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그룹은 최근 방산과 화학 등 비주력사업 또는 카메라 등 전망이 밝지 않은 사업을 매각하거나 축소해 다른 사업부와 통합하는 등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기조에 따른 사업개편을 이어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메디슨은 대규모 변화를 추진하거나 매각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