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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경제] 3년간 많은 사람 구제한 공덕으로 얻은 복된 땅, 하회마을 (1)

류인학 khcrystal@hanmail.net 2023-08-0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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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경제] 3년간 많은 사람 구제한 공덕으로 얻은 복된 땅, 하회마을 (1)
▲ 낙동강 하류에 자리잡은 하회마을의 모습. <하회마을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임청각에서 낙동강 물길을 따라 80여 리쯤 하류로 내려오면 낙동강이 아주 크게 태극형으로 휘돌아 흐르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에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유역에 넓은 평야들이 얼마 없어 상류에서 하류까지 대부분 산과 산 사이로 흐릅니다. 그래서 일직선으로 곧게 흐르기 어렵고 이리저리 휘돌아 굽이쳐 흐르는 곳이 많습니다. 개울물이든 강물이든 물이 휘돌아 감싸주는 안쪽엔 좋은 기운이 모입니다. 이런 곳엔 또 많은 재물이 들어옵니다.

물이 휘돌아 감싸주는 데다 주변을 둘러싼 산들까지 수려하면 훌륭한 명당 복지가 됩니다. 하회마을은 강물의 수세와 산의 산세가 모두 수려하니 보기 드문 명당입니다.

또 터가 매우 넓어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함께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데라서 더욱 훌륭합니다. 하회마을 상류 지역의 낙동강 유역에도 강물이 휘돌아 감싸주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하회마을처럼 산세가 좋고 터전이 넓은 데는 없습니다.

하회마을은 사람이 거주하고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22만여 평에 이릅니다.

옛날의 풍수가들은 하회마을을 영남지방 4대 길지로 꼽았습니다. 옛 풍수가들이 꼽은 영남 4대 길지는 안동의 하회마을과 앞섬마을, 봉화의 닭실마을과 경주의 양동마을입니다.

앞섬마을은 낙동강의 지류인 반변천이 감돌아 흐르는 곳이고, 닭실마을은 내성천의 지류인 가계천이 감싸주는 곳입니다. 양동마을은 큰 물이 감싸주지는 않으나, 형산강이 앞쪽에서 흘러드는 곳입니다.

네 곳 모두 물의 기운을 많이 받는데, 그 중에서도 하회마을은 낙동강 본류에 안겨 있으니 가장 큰 물의 기운을 받는 곳입니다.

하회마을의 주산은 화산입니다. 화산의 화자는 꽃 화자입니다. 화산은 주능선이 2킬로미터 가까이 길게 뻗어 뒤에서 수호신처럼 하회마을 전체를 완전히 보호해줍니다. 마치 커다란 병풍이나 장막을 높이 펼쳐놓은 것 같습니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침범할 수 있는 데가 한 곳도 없습니다.

하회마을의 해발 고도는 8~90미터쯤 됩니다. 화산의 정상은 320미터쯤 됩니다. 화산의 주능선과 마을 사이의 고도 차이가 200여 미터 남짓 되는데 화산의 기상이 매우 헌걸찹니다. 우뚝 솟아오른 모습이 자못 기운차게 보입니다. 주능선이 길게 뻗어 웅장해 보이면서 생동감도 넘칩니다.

화산의 주능선에는 둥근 봉우리들이 여러 개 볼록볼록 솟아 있습니다. 주능선에서 마을 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에도 둥근 봉우리들이 있습니다.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지만, 그 형상이 마치 꽃송이들 같습니다. 화산이란 이름이 참 잘 어울립니다.

화산 주능선에서 서쪽으로 낙동강까지 길게 뻗은 지맥이 있습니다. 이 지맥은 낙동강 가까이 이르러는 아주 넓게 퍼지면서 매우 완만하게 솟아올랐습니다. 야트막하게 솟아오른 뒤에 또 넓게 퍼지면서 낙동강에 이릅니다.

그 형상은 사방이 둥글며 완만하고 넓은 둔덕입니다. 풍수형국으로 보면 아주 커다란 연꽃이 물 위 떠 있는 형국인 연화부수형입니다. 주산인 화산에도 꽃처럼 생긴 봉우리들이 많이 있으니, 이 연꽃은 많은 꽃들 중에서도 특별히 귀한 꽃 중의 꽃이라 하겠습니다.

이 ‘연꽃’의 넓이는 5만여 평에 이릅니다. 하회마을의 집들은 거의 대부분 이 연꽃 위에 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고택들은 모두 연꽃 안에 자릴 잡았습니다. 마을의 거주구역과 화산 사이에는 넓은 농경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강가 마을 중에 거주지보다 높은 곳에 농경지가 있는 경우도 좀 드뭅니다.

하회마을 왼편 청룡방에는 300미터가 넘는 산들이 우뚝 솟아 하회마을을 보호해줍니다. 오른편 백호방에는 150미터가 넘는 산줄기가 길게 뻗어 마을을 보호합니다. 청룡과 백호 모두 형상이 수려하며 튼튼합니다.
 
[풍수지리와 경제] 3년간 많은 사람 구제한 공덕으로 얻은 복된 땅, 하회마을 (1)
▲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의 지형도. <하회마을 홈페이지>
하회마을 앞쪽 강 건너에는 다양하게 생긴 안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일자문성과 아미문성이 여럿 있습니다. 또, 일자문성보다 훨씬 더 길게 일자로 뻗은 산줄기도 보입니다.

이렇게 생긴 산줄기를 옥대라 부르는데, 옥대는 옛날 관원들이 관복을 입을 때 허리에 매는 허리띠입니다. 또, 옥대처럼 길게 뻗었으나 볼록 볼록 굴곡이 있는 산줄기도 있는데 이런 산줄기는 금대라 부릅니다. 금대도 옛날 관원들의 관복 허리띠입니다.

강 건너에는 유명한 경승지 부용대가 있습니다. 부용대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인데, 매우 힘찬 기상이 감돕니다. 부용대의 전체적 형상은 아미문성 비슷한데 가운데가 우묵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청귀문성에 가까운 형상입니다.

하회마을은 거주구역이 넓기 때문에 위치 따라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안산이 다릅니다.

아미문성, 일자문성, 청귀문성 등은 아주 총명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인품이 고매한 사람, 학자, 문인, 고위 관료 등을 배출합니다. 앞의 안산이 옥대 금대인 터에서도 고위 관료가 나옵니다. 그런데 청귀문성은 아주 청렴하고 청빈한 사람들도 배출합니다.

하회마을의 터는 주산도 꽃처럼 수려하고 단아하니 지덕을 겸비한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나올 곳입니다. 또, 주산의 기상이 매우 헌걸차니 나라의 동량이 되는 큰 인물도 나오게 됩니다. 게다가 낙동강에 감싸여 큰 물의 기운을 받으니 많은 재물이 모이고 아주 큰 부를 이루는 대부호도 나오는 터입니다.

하회마을에 맨 먼저 입향한 이들은 김해 허씨였습니다. 김해 허씨는 고려조 중엽에 하회마을에 처음 들어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하회별신굿 탈놀이에 쓰는 하회탈을 제작한 이도 김해 허씨 문중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김해 허씨에 이어 광주 안씨도 고려조 중엽에 들어와 살았습니다. 고려조에 하회마을은 이 두 성씨의 집성촌이었습니다. 이들은 지금의 하회마을 윗쪽 높은 지대, 지금 농경지가 된 곳에서 거주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연화부수형의 빼어난 명당터는 그냥 비어 있었을 것입니다. 농경지나 숲이었으리라고 봅니다.

조선조 초엽 하회마을에서 가까운 풍산면 상리에 풍산 류씨 가문의 류종혜라는 분이 살았습니다. 류종혜 선생은 조선조 초엽에 공조전서를 지낸 인물이었는데, 풍산으로 낙향하여 살다가 자손들이 대대로 복덕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명당복지로 이거할 뜻을 세웠습니다.

선생은 지금의 하회마을 터를 둘러보고는 여기가 참으로 빼어난 명당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리하여 곧 땅을 구입하고 터를 닦아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잘 세워둔 기둥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쓰러졌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연거푸 쓰러졌습니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었습니다. 이에 선생은 크게 낙담하고 기둥을 다시 세울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은 아주 신기한 꿈을 꿨습니다. 꿈에 신령님 같은 노인이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터를 잡고 살고자 한다면 3년 동안 만인을 구제해라. 그러면 뜻을 이룰 수 있다'

선생은 큰 공덕을 쌓아야 귀한 명당을 얻을 자격이 생김을 깨닫고, 곧바로 노인이 계시한 대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고갯길에 초막을 짓고 지나는 길손들에게 음식과 짚신을 나눠줬습니다. 노잣돈이 부족한 이들에겐 서슴 없이 노잣돈을 보태줬습니다. 또, 인근의 가난한 이들에게 정성을 다해 도움을 줬습니다.

이렇게 3년 동안 많은 공덕을 쌓은 뒤에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공사가 아무 탈 없이 순조롭게 잘 진척되었습니다. 드디어 집이 완공되어 선생 댁 가족들은 무사히 하회마을로 이사했습니다.

이리하여 하늘이 숨겨둔 명당 복지이자 영남의 4대 길지인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의 600년 세거지지 집성촌이 되었습니다. 류인학/자유기고가, '문화일보'에 한국의 명산을 답사하며 쓴 글 ‘배달의 산하’, 구도소설 ‘자하도를 찾아서’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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