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가 협동로봇 사업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며 국내 로봇산업 대장 기업의 위상을 차지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봇사업은 두산그룹 차원에서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미래 먹거리인 만큼 두산로보틱스의 그룹 내 위상도 기업공개(IPO)를 거치며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로보틱스 ‘로봇대장’ 준비 착착, 류정훈 두산그룹 신성장동력 맨 앞줄에

▲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사진)가 협동로봇 사업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며 국내 시장에서 로봇산업 대장 기업의 위상을 차지할 준비를 하고 있다. 


24일 두산로보틱스 안팎에 따르면 스마트팩토리, 식음료, 의료 등 주력 사업인 협동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팩토리는 두산로보틱스가 협동로봇 사업에서 힘주는 주요 분야로 꼽힌다.   

두산로보틱스는 용접과 물건 이동, 볼트 체결, 물품 적재 등 협동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갖고 있다. 프로그래밍으로 제조 솔루션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경해 적용할 수 있으며 협소한 공간에도 협동로봇을 설치해 활용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경기도 분당 두산타워에서 스마트팩토리 구축 전문기업인 텔스타홈멜과  ‘스마트팩토리 구축 및 마케팅 공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스마트팩토리 사업확대의 협력기반을 한층 단단히 하기도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공급, 서비스, 제조 솔루션을 제공하고 텔스타홈멜은 스마트팩토리 컨설팅, 설계, 라인 제작·구축 등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진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4월 미국 최대 산업자동화 솔루션기업 로크웰오토메이션와 업무협약을 맺고 독점적으로 협동로봇을 공급하고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공정에 필요한 협동로봇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류정훈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미국 로크웰오토메이션에 이어 이번 스마트팩토리 구축 전문기업과의 협력으로 향후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협동로봇 제조 솔루션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위험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공정을 협동로봇이 수행하고 사람은 더 고부가가치의 일에 집중함으로써 제조 현장의 효율성, 생산성, 안전성 등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한 산업용 분야 외에 식음료(F&B)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협동로봇 제품도 출시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4월 출시한 협동로봇 E시리즈는 가반하중 5kg, 작업반경 900mm 등의 제원을 갖춘 제품으로 식음료 조리에 최적화돼 있다. 가반하중은 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를 말한다.

두산로보틱스는 가격경쟁력과 안전성, 위생에 초점을 맞춰 E시리즈를 개발했다. 이에 미국 위생안전기관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의 식품위생안전 인증도 획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커피, 아이스크림, 튀김 등 기존에 선보였던 솔루션 외에도 향후 협력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바비큐 요리 등 더욱 다양한 식음료 분야로 솔루션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로보틱스 ‘로봇대장’ 준비 착착, 류정훈 두산그룹 신성장동력 맨 앞줄에

▲ 두산로보틱스가 출시하는 협동로봇 E시리즈 이미지.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을 활용한 의료용 솔루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3월21일 분당 두산타워에서 중국 시스템통합(SI)기업 핀거지조와 ‘협동로봇 의료용 솔루션 개발 및 판매’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이용해 시료 균질화, 배지(영양물) 준비, 미생물 배양, 미생물 접종, 검출 및 판별 등의 공정을 모듈화해 여러 유형의 샘플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의료용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개발할 의료용 솔루션은 샘플 검사 이외에도 샘플 입력 및 결과 출력, 실험 정보 실시간 파악 등의 기능도 갖추게 된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협약을 통해 개발하게 될 의료용 솔루션은 향후 의료뿐 아니라 식음료(F&B), 화장품 업종 등 미생물 검사가 필요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두산로보틱스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안정성, 협동로봇 업계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협동로봇 제품군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협동로봇 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협동로봇은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며 과제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로봇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로봇이 반복적 동작을 통해 단순한 일을 하는 반면 협동로봇은 인간의 조작에 따라 비교적 다양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구인난 속에 산업용 로봇은 물론 서비스용 로봇으로도 다양한 쓰임새가 있어 앞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2억 달러에서 2027년 105억 달러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두산로보틱스가 두산그룹 내에서 영업실적이나 기업가치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런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두산그룹 오너 경영인들도 로봇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로봇 관련 전시회 ’오토매티카2023‘을 참관하며 협동로봇 분야의 최신 제품 동향을 면밀히 확인하고 협력을 도모할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도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부회장은 전시회 부스에서 “본격 성장기에 진입한 협동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기회를 적극 발굴해 나가자”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에는 박정원 회장, 박지원 부회장과 사촌지간인 박인원 사장이 류정훈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관여하는 데서도 그룹 내 작지 않은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류정훈 대표는 2021년 7월 두산로보틱스 사령탑을 맡은 뒤 이제 막 2년을 넘겼다. 그동안 여러 협동로봇 제품군을 개발하고 국내와 해외로 사업확장에 나서며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조만간 진행될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공개는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와 함께 류 대표의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는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두산로보틱스는 1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최근에는 몸값이 2조 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봇기업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곳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주가 급등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2조 원 안팎에 이르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매출은 두산로보틱스의 3분의 1 수준에 머문다. 

두산로보틱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협동로봇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협동로봇 분야에서만 비교하면 5개인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2배 많다.

하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이외에도 보행로봇, 천문 관측용 시스템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어 협동로봇 중심인 두산로보틱스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매출을 척도로 기업가치를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두산로보틱스가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을 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달리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도 단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협동로봇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분야인 만큼 신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원하는 두산그룹에서 두산로보틱스의 중요성은 기업공개를 거치며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협동로봇 시장은 현재 진입기이므로 향후 협동로봇을 적용할 수 있는 산업군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협동로봇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북미, 유럽 등 해외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협동로봇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향후 매출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