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혜택을 받아가는 가운데 중국 관련 업체들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14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미국 투자 설명회에서 발언하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다수의 아시아 기업들이 혜택을 받자 중국과 협력하는 기업들에는 보조금 혜택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안보’를 빌미로 대중국 공급망 봉쇄 전략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외교 전략과 상충된다는 이유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제공된 보조금 혜택 규모가 1110억 달러(약 141조 원)를 넘었고 210개의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와 기업들에 제공되고 있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 중국 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인 것으로 집계됐다. 동북아 기업들은 규모가 가장 큰 상위 20개 프로젝트 가운데 15개에 참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투자 규모가 큰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 10위 가운데 절반인 5개가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SK온,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이 참여한 것이었다.
일본 기업으로는 혼다, 파나소닉 두 곳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파나소닉은 전기차기업 테슬라와 자동차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 네바다주와 캔자스주에 공장을 건립해 미국 정부로부터 20억 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 국적의 업체들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혜택을 받고 있는 210개 프로젝트 가운데 10개가 중국 국적 회사가 참가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들이 받는 지원금만 80억 달러(약 10조 원)가 넘었다.
대표적으로 포드모터스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협업해 미시간주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알려지자 보조금 혜택 논란이 일었다.
포드 관계자는 CATL로부터 기술 라이센스만 취득했으며 공장의 소유권은 100% 포드에게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예로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는 켄터키주에 5억 달러 규모 전기차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스타트업 ‘마이크로바스트’에 보조금 지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스트는 전체 수익의 60%를 중국에서 받는 지원금에 의존하는 것이 올해 밝혀져 미국 공화당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에너지부에 제출한 보조금 신청도 반려됐다.
아니켓 샤 제프리스투자은행 ESG(환경·사회·지배구조)전략담당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외교 전략과 기후 전략이 상충되는 모습”이라며 “우리는 중국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것에 집중할지 탈탄소화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아시아 등 외국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혜택을 받고자 미국에 공장을 지어 보조금만 받고 기술은 이전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니켓 샤는 이를 두고 “우리가 아직 글로벌 경제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며 “우리 국경 안에서만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기업한테 강요할 순 없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