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래 도약에 애플 도우미 가능성,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 제시

▲ 삼성전자가 애플과 파운드리 사업에서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는 이와 관련한 통찰을 제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의 수상이었던 팔머스턴 자작(헨리 존 템플)의 말이다. 치열한 국제관계를 표현한 말이지만 이는 기업 사이 경쟁구도에서도 통용된다.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는 맞수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고 바라본다. 

저자는 삼성과 애플의 관계를 ‘프레너미’라고 소개한다. 프레너미는 친구를 뜻하는 프랜드(friend)와 적을 의미하는 에너미(enemy)를 결합한 신조어로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일견 스마트폰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로만 생각되지만 사실 두 회사는 과거부터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었던 경험이 많다.

◆ 20여 년간 이어진 삼성과 애플의 협력 역사

애플과 삼성전자의 협력관계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은 당시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인 낸드플래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업체를 찾고 있었다.

스티브잡스는 애플의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에 안정적 플래시 메모리 수급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당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 지배력을 지닌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다.

이 계약 덕분에 애플의 아이팟은 얇고 가벼운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메모리반도체에서 협력은 아이폰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두 회사의 협력은 아이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도 이뤄진다. 애플은 초기부터 아이폰용 프로세서의 일부 파운드리(반도체 위탹생산) 물량을 삼성전자에게 맡겼고 이는 2015년까지 이어지게 된다.

공고했던 삼성과 애플의 협력은 2017년 이른바 칩게이트 사건으로 흔들렸다.

칩게이트 사건은 아이폰6S가 기기별로 배터리 지속시간 등 사양에서 차이가 있다는 의혹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다수 언론과 사용자들은 프로세서 제조사가 삼성전자냐 TSMC냐에 따라 성능차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외부기관의 조사결과 두 종류의 아이폰 성능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삼성과 애플의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력관계는 멀어지게 된다.
 
삼성전자 미래 도약에 애플 도우미 가능성,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 제시

▲ 박세익 채슬리투자자문 대표는 '2030 삼성전자 시니라오'를 두고  삼성전자 임직원뿐만 아니라 600만 삼성전자 주주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 폴더블폰과 미세반도체 공정 시대, 애플과 삼성은 협력할 수밖에 없다

2023년 현재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을 선도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마치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내놨을 때처럼 혁신적 폼팩터를 들고 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퍼스트무버였던 애플과 패스트팔로워였던 삼성전자의 처지가 뒤바뀐 셈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애플이 결국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갖춘 삼성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미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스마트폰용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대량 공급받고 있지만 차세대 폼팩터에서 협력관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에 앞서 폴더블 아이패드부터 먼저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출시시기는 이르면 2024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IT전문매체 실리콘앵글은 “애플이 2024년 출시할 폴더블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며 “이미 여러 시제품을 제조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뿐 아니라 애플이 삼성전자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다시 손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공지능 산업이 발달하면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파운드리 1등 기업 TSMC가 주문물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할 공산이 크고 애플이 단일 기업에 의존하는데 따른 리스크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 안에서 부품 공급망 일부를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애플은 반도체 분야에서 5G모뎀과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퀄컴이나 브로드컴 등 외부 기업에서 사들이는 통신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충당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책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는 이런 과정에서 애플이 파운드리 물량을 늘리며 삼성전자의 수주기회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이렇게 저자는 우리가 간과했던 경쟁사 애플의 관계를 되짚어주면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바라볼 통찰력을 키울 징검다리를 놓아준다.

‘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의 저자인 김용원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 차장은 뉴욕대학교에서 미디어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경제경영 분석 전문 언론사인 ‘비즈니스포스트’에서 삼성과 LG, SK그룹을 출입하면서 반도체와 전자산업 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글로벌 경제팀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반도체, 전기차, IT분야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다양한 분석 기사를 쓰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