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상화폐 리플 운영사 리플랩스가 2020년 12월부터 이어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이겼다.

이번 소송 결과를 통해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위축됐던 가상화폐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것으로 여겨진다. 
 
가상화폐 미 당국 규제 칼날 피한다, 투자심리 회복에 코인거래소 훈풍 기대

▲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낸 리플 증권성 여부 소송을 기각했다. 사진은 가상화폐 가상이미지.


14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 지난해부터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겨울'이 물러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13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가상화폐 리플의 개발사 리플랩스에 제기한 증권 여부를 다투는 소송을 기각했다. 

아날리사 토레스 미국 남부지방법원 판사는 리플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면 이를 증권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다만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할 때는 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미국 금융당국이 안전성을 이유로 가상화폐 투자를 꺼리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증권성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것은 사실상 리플랩스가 승소한 것으로 바라본다. 

이번 리플랩스 승소 소식에 리플은 이날 오후 2시 무렵 약 9920원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61.70%(약 378원)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약 52조 원으로 증가했다. 약 51조 원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던 바이낸스코인을 밀어내고 리플이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한때 리플의 거래를 정지했던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리플의 거래지원을 재개했다. 

이번 소송 기각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 거래소를 대상으로 제기한 증권법 위반 소송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앞서 6월7일 코인베이스가 미국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코인베이스가 등록되지 않은 증권을 거래해 수익을 내면서도 투자자 보호 등의 의무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7월10일에는 코인베이스가 가상화폐의 증권성을 알면서도 거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리플이 증권이 아니라는 이번 판결로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묶어 규제하려는 시도가 좌절된 만큼 가상화폐 투자 시장에 온기가 퍼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13일(현지시각) 지난해부터 강화한 미국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에 투자자 사이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래 투자자(대규모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보유를 늘리고 있지만 중소형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보유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코인데스크는 거대 고래 투자자들도 보유한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맡기지 않고 개인 지갑에 두는 등 유동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었던 것이다.
 
가상화폐 미 당국 규제 칼날 피한다, 투자심리 회복에 코인거래소 훈풍 기대

▲ 가상화폐 리플 운영사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며 가상화폐 투자 심리가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이에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까지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2022년 영업수익 1조2492억 원, 영업이익 8101억 원, 순이익 1308억 원을 거뒀다. 2021년과 비교해 영업수익은 66.2%, 영업이익은 75.2%, 순이익은 94.1% 급감했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048억 원, 영업이익 2119억 원, 순이익 326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8.6%, 영업이익은 26.3% 줄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54.9% 늘었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거래가 줄어들어 거래소 매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보유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며 순이익 하락이 멈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도 2022년 기준 매출 3200억 원, 영업이익 1635억 원, 순이익 954억 원을 냈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68.31%, 영업이익은 79.09%, 순이익은 85.27% 감소했다. 

빗썸도 올해 1분기에 매출 507억 원, 영업이익 162억 원, 순이익 40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59.68%, 영업이익은 80.95%, 순이익은 20% 급감했다. 

업비트는 두나무 매출의 약 97.8%, 빗썸은 빗썸코리아 매출의 10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거래 수수료가 주요 수입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분류해 규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꺾이며 투자 심리가 살아난다면 투자 활성화를 통한 유동성 증가로 거래소의 수수료 수입도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