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재벌 3세 대기업 총수 중에서 경영 성과만을 놓고 돋보이는 인물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꼽을 것이다.
올해 1분기 현대자동차는 14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실적 1위에 올랐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2022년에 완성차 판매량 세계 3위에 올라섰으며 올해 1분기 현대 기아차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6조5천억 원으로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위인 일본의 토요타까지 제쳤다.
경영자로서
정의선 회장의 면모를 보면 현대가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 전환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과감한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연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일까? 또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 성장, 입사부터 ‘디자인 기아’와 '제네시스'를 만들 때까지
정의선 회장은 1970년 정주영 창업주의 장손이자 정몽구 명예회장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1999년 현대자동차 자재본부 이사로 입사한
정의선 회장은 이후 상무, 전무, 부본부장을 거쳐 6년 만인 2005년 기아자동차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런 초고속 승진을 두고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고생 한 번 안 해본 어린 황태자가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시선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정의선 회장은 매일 새벽 6시 반에 출근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국내 공장을 돌면서 직원들과 밥을 먹는 등 현장에서 발로 뛰기 시작했다. 근면, 성실로 현대를 일으켰던 할아버지와 현장 경영을 최고로 여겼던 아버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
정 회장은 근면, 성실 뿐 아니라 '디자인 기아'를 통해 2년 동안 적자였던 기아차의 영업이익을 흑자로 바꿔내면서 경영능력도 입증했다.
정 회장은 이후 2009년 현대차 부회장에 올르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획, 조직 개편 등을 책임지게 된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했던 현대차였기 때문에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는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 회장은 “고급차 브랜드로 성공하지 못하면 더이상 성장도 없다”며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를 뚝심있게 끌고 나갔다.
그리고 현재 제네시스는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확고한 선두를 달리면서 현대차의 실적 향상을 견인하고 있으며 고급차 격전지인 미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22년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량은 2019년과 비교해 1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렉서스, 아우디 같은 경쟁 브랜드의 판매량이 두자릿 수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성과를 만든
정의선 회장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일까? 아버지, 할아버지와는 다른 그만의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 정의선 경영의 두 가지 키워드, ‘인재 경영’과 ‘유연한 조직문화’
정의선 회장 경영의 첫 번째 핵심은 바로 과감한 인재 경영이다.
현대차그룹에는 ‘푸른 눈의
정의선 사단’으로 불리는 집단이 있다. 바로 정 회장이 직접 해외에서 영입한 인재들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디자인 기아를 만들어낸 피터 슈라이어 고문이다.
슈라이어 고문은 K5, K7 등의 인기 세단을 탄생시키며 기아차의 디자인 경쟁력을 확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데, 정 회장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독일로 찾아가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벤틀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루크 동커볼케 사장 역시 정 회장이 직접 공을 들여 영입한 인물이다.
2016년에 합류한 동커볼케 사장은 제네시스의 성공을 이끌며 현대차 디자인을 또 한 번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의 성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으로 유명한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고문 역시 정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재다.
비어만 고문이 탄생시킨 N시리즈와 스팅어, G70 등은 독일차 기술력을 따라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들이 바로 ‘푸른 눈의
정의선 사단’이었던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변화를 주기 전까지 순혈주의 전통이 강한 회사였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은 쇳물을 녹이는 것부터 자동차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그룹 내에서 해결할만큼 외부 인재 영입에서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회사 전략에 필요한 인재라면 국적, 성별, 출신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피를 적극 수혈했고 이는 결국 현대차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정 회장 경영의 두 번째 키워드는 조직문화 개선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바로 정 회장이 밀어붙인 복장 완전 자율화다.
현대차그룹은 선대부터 이어져 온 보수적 문화가 굉장히 강한 회사에 속했다. 실제로 당시 현대차그룹에 대한 빅데이터 조사를 보면 높은 연봉, 복지 같은 좋은 단어와 함께 상명하복, 군대문화 같은 키워드도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런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복장 자율화를 시작으로, 승진 연차 폐지, 호칭 변경, 유연 근무제, PPT를 없앤 간편보고 등을 도입했으며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도 열었다.
정 회장이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데에는 할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영 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아침밥을 먹는 자리에서 “시류를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정의선 회장이 이를 따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가 지향하는 전기수소차, 자율주행, 도심항공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려면 유연하고 창의적 조직문화가 필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정주영 창업주는 “해봤어? 해보기나 했어?”라는 어록처럼 ‘도전정신’을 강조한 리더였다. 그리고 정몽구 명예회장의 키워드는 뚝심 경영이었다.
그 뒤를 이은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제조를 넘어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퍼스트 무버’를 꿈꾸고 있다.
전기수소차는 물론 도심항공, 로보틱스, 우주 산업 등 모두 현대차가 가보지 않은 길인만큼 넘어야 할 장벽과 리스크도 만만치 않아보인다.
과연
정의선 회장 리더십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또 한번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앞으로 정 회장의 행보가 기대된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허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