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귀국길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은 이낙연 전 대표의 향후 정치활동 방향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전 대표의 귀국 발언을 두고 “저도 예상 못했던 부분”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 접견, 봉하마을 방문, 5·18 국립묘비 참배 등을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고 이 전 대표의 적극적 정치행보를 예상했다.
대선이 끝난 뒤 1년 동안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지내던 이 전 대표는 24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제 책임도 있다”며 “제가 못 다한 책임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평소 신중한 언행으로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기에 이번 발언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이 전 대표가 향후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선 과정에서 이낙연캠프 상임부위원장을 맡았던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까지 이낙연 전 대표의 이미지인 ‘신중’만 가지고 오래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당내 현안들에 관해 적극적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대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론이 커질수록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재명 리더십’이 흔들릴 때마다 대안으로 이낙연 전 대표가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 함께 당내 핵심 지도부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친이낙연계 인사라는 점, 민주당 의원모임인 ‘민주주의 4.0’과 ‘민주당의 길’에 소속된 의원들 상당수도 이낙연 전 대표와 접점이 크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낙연 전 대표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복병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이낙연 역할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가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밝힌 만큼 향후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여전히 대장동 개발비리 관련 배임 혐의와 성남FC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백현동 개발사업 및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등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들이 잇달아 터진다면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6월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을 마중 나갔던 이개호 의원은 지난 3월 이재명 대표가 올 연말에 퇴진하는 ‘질서있는 퇴진론’을 상당히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비명계 사이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데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첫 발을 뗀 당내 '김은경 혁신위원회' 활동에 이 전 대표가 견제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현역의원을 ‘기득권’으로 표현해 비명계 사이에선 공천 룰을 논의할 혁신위원회 활동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