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잘 나가는 조선업종의 근로자 임금을 살펴보면 하청업체 임금이 원청업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픽사베이> |
[비즈니스포스트] 필자는 아들 딸이 중소기업에 취직하길 원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월급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밝힌 2022년도 상반기 회사 규모별 임금비교를 보자. 300인 이하 미만 사업체의 직원은 월 344만 원을 받은 반면 300인 이상은 월 577만 원을 수령했다.
임금총액 인상률도 크게 차이가 났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2022년 상반기 임금총액 인상률은 전년 동기 대비 9.8%였으나 300인 미만은 4.8%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는 더 심화되고 있다.
요즘 잘 나가는 조선업종을 보자. 하청업체 근로자 임금은 원청업체의 절반가량에 머문다. 더구나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 근로자와 비교할 때 1년에 90일가량 더 일했다. 그러고도 임금은 50~70% 수준이었다.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려서 2022년 8월 16~17일 울산·거제지역 ‘빅3′ 조선사와 하청업체를 방문해 처음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조선 3사의 평균 연봉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6700만원, HD현대중공업 7000만원, 삼성중공업 7500만원 수준이었다. 반면 이들 원청에 소속된 협력사의 근로자 평균 연봉은 3000만~35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이한 점 하나가 눈에 보였다. 기본시급은 원청이나 협력사가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상여금이 크게 차이가 나며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 여기에는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우리나라의 불공정한 하도급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원청사들의 지속적 납품단가 인하는 연말 성과급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구매본부에서는 원가절감 금액을 할당하고 그것을 각 담당자별로 목표치를 배정하고 협력사에게 일정 비율만큼 단가인하를 유도한다. 전에는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요즘엔 그래도 형식적으로 협상을 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어느 업체의 자료를 보면 협력사의 영업이익률이 10%일 때 단가인하 목표치는 3%로 설정되고 이익률이 5%이면 2%로 설정된다. 대체로 그 목표대로 실행된다. 이렇게 담당자에게는 그해의 원가절감 목표치가 설정되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달성한다. 이는 당연히 연말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그룹의 계열사 간에도 그렇게 한다. 일례로 한 전자업체는 그룹의 협력사로부터 특정 부품을 납품받는데 원청업체는 연말에 성과급을 수천만 받는 반면 계열사는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원청회사의 임직원 성과급을 위해서 계열사는 납품단가를 낮춰야 하는 셈이다. 그러니 중소기업 협력사는 어떻겠는가.
매출액 3천억 원을 올리는 나이 많은 중소기업 오너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오너는 사업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매출액이 3천억 원대를 넘어도 영업이익이 3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대기업의 하청업체로서 평생 동안 뒷바라지 해 왔는데 나이가 들었고 자녀들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겠다는 생각을 안 한다고 했다.
국내외 공장이 7곳, 전체 직원이 3000명으로 그럴듯한 사업으로 보이지만 실속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공정관리, 납기관리, 원가절감 등을 잘해서 대기업 협력사로서 30년 넘게 사업을 해 왔기에 단가를 맞춰주는 협력사로서는 손색이 없었지만 이익이 별로 나지 않고 빚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이자를 내기 위해서 사업을 유지하는 형편이었다. 그 오너는 나이도 있고 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만두면 은행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분이 가진 삶의 피로는 상당히 컸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바로 원청사에 납품만 하는 사업을 계속 해왔다는 점이다. 특정회사의 매출액 비중이 50% 넘어가면 불공정거래 함정에 빠지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사업을 하는 이유는 모양새 좋은 사업가로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제대로 남겨서 본인이나 가족, 주변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익없는 회사로서 덩치만 크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 결국 이러한 회사는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서 협력사에서도 잘리기 십상이다.
납품단가 인하라는 불공정거래를 당하지 않으려면 버텨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사업을 할 때부터 탁월한 기술을 기반으로 내 제품에 대하여 제값을 주지 않으면 납품 안 한다는 생각으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
거절도 전략이다. 매출액 1천억 원을 올려서 이익을 10억 원 남기는 것보다 100억원 매출에 이익 20억 원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한 전략이다.
덩치를 키우려는 것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전략이 더 낫다. 요즘엔 이런 회사가 시가총액이 더 높다. 유니콘기업이 되려면 영업이익률이 최소 20%는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영업이익률이 20% 이상될까 고민하면 그에 맞는 방법이 생긴다
특히 특정 회사에 의존하는 구조로서는 유니콘 기업이 되기 어렵다. 즉 거래처를 국내외로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그래야 부당한 단가인하의 압력에 견딜 수 있다. 회사를 처음부터 세팅할 때 이런 방향이 세워지고 전략이 나와야 한다.
납품처가 수백 곳이 되어야하고 R&D를 통하여 독보적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영업이익률이 20% 넘고 임직원들에게 대기업 이상 월급을 주는 회사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평균임금 비중이 최소한 90%는 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은 혁신적 벤처기업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지역유니콘기업연합 회장 이경만
이경만 회장은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과장, 국장, OECD 한국센터 경쟁정책본부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혁신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