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하반기에 내 집을 마련한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게 이득일까?

특례보금자리론은 정책대출로 소득요건부터 규제를 많이 풀어주고 있지만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주택 매수계획을 세우고 있는 실수요자들은 대출상품 선택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부동산시장 회복 조짐, 내 집 마련 '특보자 vs 주담대' 유리한 쪽은

▲ 특례보금자리론은 정책대출로 소득요건부터 규제를 많이 풀어주고 있지만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주택 매수계획을 세우고 있는 실수요자들은 대출상품 선택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시장 회복세에 내 집 마련 대기자들의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3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자료를 보면 5월 국내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2천억 원으로 2021년 10월(5조2천억 원) 뒤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5월 기타대출은 줄어든 반면 주택담보대출이 4조3천억 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정책대출인 특례보금자리론에 주택구입 자금 수요가 쏠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수요자들의 선택이 갈리는 양상이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1월30일 상품 출시 뒤 5개월째 연 4%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금리안내에 따르면 1일 공시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고정금리는 연 4.15~4.55%, 우대형(주택가격 6억 원 이하, 소득 1억 원 이하) 금리는 연 4.05~4.45%로 모두 4%대다. 1월30일 상품 출시 뒤 5개월째 연 4%대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신혼가구, 저소득청년, 사회적배려층은 우대금리를 최대 0.8%포인트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실제 실행된 특례보금자리론 평균금리는 연 4.26~4.33%로 나타났다.

반면 6월 초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910~6.987% 수준으로 금리 하단이 연 3%대에 진입했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도 최저 3.94%~최고 4.64%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대형 포털사이트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했는데 그대로 특례로 가는 게 나을지, 카카오뱅크 등 은행권 대출로 바꾸는 게 나을지 묻는 질문글이 여럿 눈에 띈다.

한 누리꾼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4.2% 금리에 3억 원 대출을 신청했는데 요즘 카카오뱅크 주담대 금리가 혼합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로 3.9%네요. 바꾸는 게 나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주택구입 대출자금은 보통 규모가 크다 보니 금리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0.1%포인트 낮더라도 체감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시중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특례보금자리론 신청금액은 2월 11조6천억 원, 3월 8조1천억 원, 4월 5조3천억 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로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없는 점 등 장점이 있다 보니 각자 상황에 따라 조건들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제한, DSR 규제에 상관없이 9억 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정책대출 상품이다. 정부가 올해 초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존 보금자리론과 우대형 안심대출, 적격대출 등의 장점을 모아 1년 한시상품으로 출시했다.

DSR 규제 없이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보유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선택지를 크게 넓혀준다. 

DSR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DSR은 총부채상환비율인 DTI보다 부채가 높게 책정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는 만큼 대출을 실행한 뒤 시중금리가 더 내리면 은행권 주담대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1월30일 출시된 뒤 4%대 이자가 낮지 않다는 ‘무용론’을 뚫고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예산 조기 소진 가능성에 추가 재원 확보 계획도 세워뒀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5월까지 특례보금자리론 총 신청금액은 36조7천억 원, 약 16만1천 건으로 집계됐다. 신청금액 가운데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취소 및 불승인 처리된 금액을 빼면 유효신청금액은 24조9천억 원(약 10만6천 건)이다.

기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에 책정한 예산 39조6천억 원의 63%가량이 소진됐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2023년 1~4월 은행권의 일반개별 주택담보대출이 1조1천억 원 감소한 반면 정책대출은 14조8천억 원 증가하면서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이끌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1417건에서 2월 2458건, 3월 2982건, 4월 3185건으로 늘어났다. 5월 거래량은 2729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10월 559건으로 바닥을 찍은 뒤 회복세가 뚜렷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2023년 1~3월 집합건물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 자료를 봐도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가 6만8115명으로 2022년 4분기(6만1636명)보다 10.5% 증가했다. 최근 부동산플랫폼 직방 조사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1년 안에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수요자 비율이 68.7%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부동산시장은 집값, 거래량, 청약경쟁률 등 각종 지표가 상승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월 넷째 주 0.03% 오르면서 1년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5월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82.2 대 1로 2023년 들어 가장 높았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