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공약인 청년도약계좌 제도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적용 금리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1차로 공개된 청년도약계좌 금리 조건에 불만을 드러내며 은행권에 금리 조정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청년도약계좌 협약식 및 간담회'에서 축사를 통해 청년정책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그 중 하나로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
은행들은 1차 공시 수준보다 기본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다른 은행과 금리 차이가 발생하면 고객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최종금리를 쉽사리 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5일부터 청년도약계좌를 판매하는 11개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광주, 전북, 경남, 부산, 대구은행)은 14일 청년도약계좌 최종금리를 확정해 공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청년층에 자산형성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도입을 약속한 정책형 금융상품 출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장 중요한 금리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이 청년도약계좌 도입에 지속해서 힘을 실었지만 정작 상품 판매를 맡은 은행들은 최종금리 확정을 앞두고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가입자가 5년 동안 매월 70만 원을 납입하면 은행 이자와 정부 보조금을 합쳐 최대 5천만 원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정부가 매월 최대 2만 원대 보조금을 얹어주지만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와 별개로 연 6%대 은행 금리가 필요하다.
은행들은 우선 금융당국이 원하는 금리 눈높이를 맞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다른 은행과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지점에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현재 청년도약계좌의 기본금리를 4.0%, 우대금리를 1.50%로 책정해 연 6%대 금리(소득 우대금리 0.5%포인트 포함)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앞서 8일 공시된 1차 금리와 비교하면 기본금리는 0.5%포인트 높아지고 우대금리는 0.5%포인트 낮아지는 것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카드 결제 실적 등 과도하다고 평가받은 우대금리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요청을 반영해 기본금리를 높여 연 6%대 금리 수준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은행들도서는 부담스러운 지점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몇몇 은행이 1차 공시의 우대금리 수준(2.00%)을 유지하면서도 기본금리를 0.50%포인트 올려 최고 금리를 6.00%에서 6.5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1개 시중은행이 8일 공시한 1차 금리 자료를 보면 IBK기업은행만 연 최대 6.5% 금리를 책정했다.
14일 최종금리 공시 때 일부 은행이 기업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면 청년도약계좌 시장은 크게 최고 6.5% 금리를 보장하는 은행과 최고 6.0% 금리를 지킨 은행으로 나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요 은행별로 최대 0.5%포인트 금리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에 따라 연 6%대 금리를 유지한 은행도, 연 6.5%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린 은행도 모두 곤란한 상황에 놓일 공산이 크다.
금리 차이가 발생하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에 가입자가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적게 몰린 은행은 금융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고 반대로 가입자가 몰린 은행은 역마진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6%대 금리는 현재 은행에서 판매되는 예적금 상품보다 많게는 3%포인트 가량 높아 청년도약계좌는 시중은행에게 많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8일 은행별 청년도약계좌 1차 금리가 공시된 뒤 은행권에 금리를 조정하라는 압박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도약계좌의 1차 금리가 공시된 뒤 시장에서는 기본금리 비중이 낮고 우대금리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청년층의 목돈 마련’이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청년도약계좌 최종금리 공시일이 12일이었다가 제도 시행 하루 전인 14일로 미뤄진 것도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권과 협의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재 소신껏 금리를 정하기도 눈치가 보이는 분위기인데 특정 은행에 가입자가 몰릴 것까지 고려해야 해 머릿속이 복잡한 상황”며 “막판까지 최종금리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