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고점을 찍은 것으로 여겨지면서 돈을 빌리러 은행창구를 찾는 사람이 다시 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고정금리는 최저 연 3.880%로 올해 초와 비교해 1%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고점을 찍은 것으로 여겨지면서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창구를 찾는 사람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연합뉴스> |
최저금리 3%대 회복과 맞물려 지난달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021년 1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실제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5월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 원으로 전월보다 1431억원 증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가계부채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동안 6935억 원이나 늘어났다는 점이다.
생활자금 등에 쓰이는 신용대출 잔액 감소 폭도 크게 줄었지만 은행 빚으로 집을 사려는 심리가 확연하게 되살아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하향 안정기조로 갈 가능성이 낮아지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시중은행 대출 준거금리로 많이 쓰이는 은행채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시장금리 상승압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은행채 발행액은 24조7600억 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순발행은 채권 신규발행액이 만기도래액보다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은행채 금리는 최근 50일 정도 되는 기간에 뛰었다.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 기준 3.540%(4월11일)였던 것이 3.876%(6월1일)까지 올랐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 등으로 왜곡됐던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자제령을 내렸다가 풀면서 차환 및 신규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은행 자금수요가 늘어날 기미를 보여 은행채 발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증가하고 있는 대출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은행채를 찍게 되고 채권 가치 하락에 따른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는 고리가 형성될 수 있는 셈이다.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막혔던 차환발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은행채 발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은행채 만기도래액만 약 124조 원이다. 특히 2분기에서 3분기 사이 만기도래 규모가 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뚜렷해지는 매파적 기조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이창용 총재는 5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전원이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인하 시기에만 무게를 싣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날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예상한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2%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에 인하 시기를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계속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도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우세해지면서 6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준이 이달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규모인 2%포인트로 벌어지게 되는데 가뜩이나 원화 약세 장기화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 3.50%를 웃돌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고금리 시대가 마무리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판단으로 무리하게 대출에 나서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