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엘니뇨가 4천조 원에 달하는 세계경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열대기후 저개발 국가들이 더 큰 타격을 받아 선제적으로 도움을 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진은 4월24일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역의 한 논농사 지역으로 가뭄으로 땅이 갈라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경제가 엘니뇨(El Niño) 현상으로 5년 동안 4천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날씨변화에 취약한 저위도 열대기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엘니뇨가 가져올 세계 경제 피해액을 추산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 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바닷물 온도 변화가 대기와 해양의 흐름에 영향을 미쳐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불러온다.
올해 여름에는 '슈퍼 엘니뇨', 즉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이 50% 이상인 것으로 전망돼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엘니뇨는 극단적 홍수와 가뭄, 전염병, 어류 개체수 급감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 피해를 입힌다.
논문 공동저자인 다트머스대학 조교수 저스틴 맨킨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극단적인 날씨현상은 에너지와 교통시설을 비롯한 사회 기반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트머스대 연구팀은 엘니뇨가 향후 5년 동안 세계 경제에 3조 달러(약 4천조 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을 입힐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1960년부터 2019년 가운데 강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난 시기를 중심으로 발생한 피해규모를 집계해 향후 발생할 엘니뇨의 영향을 추산했다.
1982년과 1997년에 닥친 엘니뇨는 이후 5년 동안 세계 경제에 각각 4조1천억 달러(약 5474조 원)와 5조7천억 달러(약 7600조 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에는 아시아 금융위기 사태가 세계경제 손실액을 더욱 키운 측면이 있지만 연구팀은 해당 연도를 제외해도 엘니뇨가 경제에 큰 타격을 가져온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엘니뇨가 평균 3~5년 만에 한번씩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빈도와 세기로 엘니뇨가 발생한다면 21세기가 끝날 즈음에 누적 피해규모는 모두 84조 달러(약 11경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엘니뇨가 가져올 이상기후로 인해 열대기후 저소득 국가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1997년 엘니뇨는 남아메리카의 에콰도르와 브라질 그리고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등 열대기후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을 전년보다 최대 19% 줄였다.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3% 가까이 떨어진 반면 저소득 국가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는 주장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날씨변화로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농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사회 기반시설 부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논문 주저자인 크리스 칼라한은 “에콰도르와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보다 더 큰 경제손실을 입는다”며 “미국이나 유럽 국민들이 어느정도 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열대지역 저소득국가 사람 대다수는 기후변화에 속수무책”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엘니뇨 발생 시기와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며 저개발 국가에 원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개발 국가가 엘니뇨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인도적 차원에서 미리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드니대학에서 엘니뇨와 경제피해를 연구하는 데이비드 우비라바 교수는 연구 결과와 관련해 “(엘니뇨가 발생하기 전) 몇 개월 만이라도 앞서 준비한다면 훗날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