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인 코코본드(상각형조건부신종자본증권)를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코코본드로 운영자금 마련과 자기자본 확충이라는 ‘일거양득’을 얻고자 한다.
|
|
|
▲ 이광구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코코본드의 일종인 외화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5억 달러를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8월 안에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코본드는 발행기업의 자기자본비율 하락에 따른 경영개선명령 또는 부실금융기관 분류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원리금을 주식으로 강제 변환하거나 상각해야 하는 조건을 포함한 자본증권을 뜻한다. 이 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인식된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도 올해 상반기에 전체 1조1천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KEB하나은행은 하반기에 코코본드를 추가 발행하기로 결정했으며 기업은행 등도 하반기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상장 금융지주사나 은행도 주식전환형 코코본드를 발행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NH농협금융지주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협은행의 자본확충을 돕기 위해 코코본드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코코본드 발행 목적을 대부분 운영자금 조달로 밝혔지만 자본확충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는 은행들에 대해 2019년까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4%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에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분기 13.65%에서 14%대 초반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14%를 충족하고 있지만 향후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 등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더욱 많이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코코본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코본드는 투자자에게 연 3~4% 수준의 고정적인 이자율을 보장한다. 이 때문에 저금리와 경영여건 악화가 심화될 경우 은행들이 더욱 큰 이자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도이치뱅크 주가는 2월에 폭락했는데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주가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존 크라이언 도이치뱅크 CEO는 “코코본드는 나쁜 상품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 은행들은 최근 코코본드 발행 규모를 대폭 줄였고 미국 은행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코코본드를 아예 발행하지 않는다”며 “국내 은행들이 우수한 자본건전성을 보유했지만 코코본드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