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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읽는 경제] 곤충 힘들게 하는 기후변화, 생태계 균형까지 흔든다

이강운 holoce@hecri.re.kr 2023-05-19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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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읽는 경제] 곤충 힘들게 하는 기후변화, 생태계 균형까지 흔든다
▲ 곤충.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비즈니스포스트] “덥다덥다” 해도 5월에 열대야라니.

연구소 바로 옆 동네 강릉의 한 낮 최고 기온이 35도, 밤에는 열대야! 이쯤 되면 기상 이변과 기후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우리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심각한 기후변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생물들은 피부로 와 닿는 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해법을 갖고 있을까? 

기후가 급속도로 변하면서 생태계의 변화를 직접 보고 느끼고 있지만 인간 이외의 생물에게도 환경은 똑같다. 기후변화라는 전지구적 시대 흐름에 곤충은 어떻게 대응할까? 

밝혀진 종류만 약 300만 종이고 추정 가능한 종은 대략 2천만 종이 넘는 곤충은 공룡이 멸종하고 몇 차례 큰 변화로 세상이 바뀌어도 3억5천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온갖 질병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버텨 온 가장 진화한 분류군이다.

벌레는 오랜 시간, 엄청나게 많은 종류가 지속적으로 진화한 동물이므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많이 발생하고 득세할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곤충은 기후변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진화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의 급격한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곤충은 변온동물, 즉 온도 변화에 맞춰 생활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신체 구조인데 급격한 온도 변화에 체온이 들쑥날쑥 하거나 수분의 양이 불규칙하게 변화하면서 신체 변화가 발생할 수 있고 바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다른 생물과 경쟁하더라도 버틸 수 있고 언제나 이길 수 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변화와 기후위기는 곤충에게도 버거운 상대다.

대부분의 곤충은 기후 변화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해 북상하거나 서식지를 통째로 옮기며 버틴다. 하지만 이동 능력이 부족한 놈들은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그냥 그 자리에서 죽어 나가고 있다.

기후가 들쑥날쑥 요동치면서 곤충이 파격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최근 30년 동안 육지에 서식하는 곤충의 개체 수가 30% 넘게 감소했다는 2020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은 이를 증명한다.

서식지 감소와 남아있는 서식지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지만 온도와 습도가 불규칙적으로 자주 바뀌는 기후 변화로 변온성 동물인 곤충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곤충이 온도가 높아져가는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 변화라는 까다로운 환경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부분 곤충은 생존에 실패하지만 마치 ‘좀비’처럼 살아남아 오히려 성공하는 놈들이 있다. 바로 외래종! 

지구의 전체 생물종은 감소하는 반면 모든 국가마다 외래생물은 늘고 있다.

외래종은 외국에서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돼 본래 서식지를 벗어나 존재하는 생물을 말한다. 외래종 중에서도 침입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 IAS)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21세기 지구의 가장 주요한 환경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으며, 세계 GDP의 10%를 감소시키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2004년에 침입외래종 방제비용으로 1200억 달러를 지출했고, 2012년 외래종에 따른 농업 피해 규모가 13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고됐다.

중국 역시 2006년 기준 외래생물로 인한 피해액을 144억 달러로 추산하였다. 거의 20여 년 전의 피해 규모이니 미래의 외래종과 관련된 방제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어갈 지 짐작할 수 없다. 

이제껏 국내로 유입된 외래 곤충은 겨울 혹한을 견디지 못해 대부분 월동을 못하고 사멸했는데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겨울 기후 환경이 따뜻해지면서 버틸만한 서식지가 되었다.

일상적인 고온다습한 기후를 견디지 못하는 온대성 천적 곤충이 파격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외래종은 번식과 성장이 빨라지고 활동기간이 더 길어졌다.

세대와 개체수를 늘리며 영역을 확대하고 폭발적으로 수를 늘리면서 농업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어 식량 생산이 휘청거리고 있다. 

붉은 색이 꽃 같기는 하여도 예쁘거나 매미처럼 정겹지도 않은 '꽃매미'나 공작처럼 날개가 펼쳐져 예뻐 보이는 미국선녀벌레는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알레르기 등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게다가 기후가 계속 변하면서 먹고 먹히는 관계를 나타내는 ‘먹이 그물’이 극적으로 변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여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외래종이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곤충 힘들게 하는 기후변화, 생태계 균형까지 흔든다
▲ 꽃매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으로 읽는 경제] 곤충 힘들게 하는 기후변화, 생태계 균형까지 흔든다
▲ 미국선녀벌레 애벌레.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으로 읽는 경제] 곤충 힘들게 하는 기후변화, 생태계 균형까지 흔든다
▲ 미국선녀벌레.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들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며 퍼지는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아주 작은 벌레지만 그을음 병에 바이러스까지 골치 덩어리이지만 쉽게 제압할 방법이 없다. 

도시의 가로수, 처마 밑, 건물 벽에 집을 짓고 인간을 공격하여 알레르기나 쇼크 등의 피해를 주기도 하고 꿀벌을 공격하여 양봉산업에 피해를 주는 등검은말벌 또한 외래종이다. 기후변화의 도움을 받아 그 세력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겨울까지 살아 그 피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껏 한반도에 살지 않던 새로운 생명체가 나타나면서 생태계 내의 견제와 균형이 깨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상대를 봐가며 맞서 싸우기 어렵기 때문에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다.

살충제는 강도를 줄이거나 법적으로 사용을 금할 수 있고, 서식지는 환경 친화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기후변화의 폐해는 막을 방도가 없다. 기후 위기로 모기가 창궐하면서 인간의 생명이 위험하고 꿀벌과 화분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서 온갖 과일과 채소는 구경도 못하게 된다.

외래 곤충이 득세하면서 인류가 굶어 죽을 위기까지 거의 온 것 같다. 식량 위기가 급한 불이 되었다. 

티핑 포인트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서두를 일이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곤충으로 읽는 경제] 곤충 힘들게 하는 기후변화, 생태계 균형까지 흔든다
▲ 등검은말벌.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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