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재벌이 계속해서 특혜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외신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화면을 합성한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수십여 년 동안 정부로부터 특혜를 누리며 황금기를 보낸 한국 재벌기업이 여론과 정부 정책 변화에 직면하면서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는 해외 매체 분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각) 인도 온라인매체 뉴스드럼은 한국 재벌기업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어졌던 특권을 더 이상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정부가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을 구사하며 특정 수출기업에 집중됐던 수혜가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드럼은 한국의 상속세율이 최대 6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상속세 염려 없이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던 재벌가들이 이제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경영권을 넘기게 되면서 시장질서가 바로잡히고 있다는 의미다.
뉴스드럼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일방적으로 재벌을 밀어줬던 한국 정부의 관행과 달리 현재는 정부의 규제와 지원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고 바라봤다.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재벌기업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뉴스드럼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 펀드와 국민연금이 재벌기업의 지분 매수로 의결권을 확보한 다음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오너 가문의 일방적 결정을 막아낸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KCGI가 한진그룹에 주주권을 행사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8년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른 KCGI는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한진그룹에 이사·감사 후보를 제안하고 전자투표 도입·배당 확대 등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당시 한국 안에선 KCGI를 옹호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2014년 한진그룹 오너가문 일원이 초법적 권한을 행사했던 ‘땅콩회항’ 사건이 벌어진 데에 이어 2018년 오너일가의 무리한 판단으로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투자가 실패하면서 한진중공업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KCGI가 주주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이 재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은 정부와 행동주의 펀드 활동의 주요 동력으로 꼽힌다.
경제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특혜에는 눈을 감았던 국내 여론이 재벌기업의 부패와 전횡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재벌기업 밀어주기가 글로벌 경쟁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아 실효성을 다했다는 점 또한 재벌에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유엔 무역개발기구(UNCTAD)가 발간하는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업을 제외한 세계 100대 기업에 중국이 10곳, 일본이 9곳이 속한 반면에 한국에선 삼성전자 1곳만 속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정부가 밀어줘도 한국의 재벌가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일본 기업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신흥 대기업집단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상대적으로 투명한 경영활동을 벌이면서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은 재벌기업이 더 이상 필수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만 한국 내 재벌기업의 존재감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뉴스드럼은 아직도 한국 중산층 가족에게는 자녀가 재벌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며 삼성과 한화와 같은 기업이 아직도 건재하다고 꼬집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