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퀄컴의 신형 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SMC의 파운드리공장 내부 사진.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4나노 미세공정 기술로 하반기 출시되는 퀄컴의 최신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위탁생산하는 데 이어 내년 출시될 제품도 3나노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TSMC는 아직 양산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3나노 2세대 공정으로 애플의 반도체 위탁생산도 수주하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독주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11일 차이나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해 선보인 고성능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2세대에 이어 올해 출시하는 스냅드래곤8 3세대도 TSMC의 4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이 2년 연속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에 같은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일은 성능과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개선폭이 줄어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TSMC가 지난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한 3나노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올해는 모두 애플 아이폰용 프로세서 생산에 할당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3나노 파운드리가 아직 초기 단계라 생산 물량이 부족한 데다 공급 단가도 4나노 공정보다 크게 높아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차이나타임스는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제품이 협력사인 ARM의 새 아키텍쳐(반도체 설계기반)을 활용하는 만큼 충분한 성능 개선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차이나타임스는 부품 공급망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퀄컴이 내년에 출시할 신형 반도체는 마침내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는 내년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24, 스냅드래곤8 4세대는 갤럭시S25에 탑재가 유력한 제품이다.
차이나타임스의 보도 내용대로라면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프로세서에 계속 TSMC의 미세공정 기술이 쓰이게 되는 셈이다.
퀄컴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위탁생산 수주를 노리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전부터 삼성전자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꾸준히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TSMC에 밀려 퀄컴의 대표 상품에 해당하는 스냅드래곤8 시리즈 위탁생산 기회를 놓치는 일은 매우 아쉬운 결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TSMC보다 약 6개월 앞서 도입하며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승부수를 던졌음에도 핵심 고객사의 선택을 받지 못 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TSMC, 퀄컴 모두 차세대 스냅드래곤8 프로세서의 생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차이나타임스의 보도 내용이 반드시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TSMC는 3분기부터 3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해 애플 아이폰15 시리즈에 탑재되는 A17바이오닉 프로세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이나타임스는 애플이 결국 올해 유일하게 3나노 파운드리 기반의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스마트폰업체로 독보적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애플은 이미 TSMC가 내년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3나노 2세대(N3E) 공정을 활용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맥북과 맥미니, 아이패드 프로 등에 탑재되는 M3 프로세서가 TSMC의 N3E 공정을 활용해 처음으로 생산되는 반도체로 추정된다.
애플이 TSMC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최신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모바일 및 PC 시장에서 성능 경쟁력을 갖춰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TSMC의 3나노 공정 반도체 생산 수율과 실제로 이를 활용해 생산된 프로세서 성능이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에 그친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이 이를 고려해 3나노를 적용하는 A17바이오닉 프로세서의 성능 목표치를 낮춰 잡을 정도로 TSMC가 양산 기술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TSMC가 이런 보도 내용대로 애플 3나노 반도체에서 업계에 실망감을 안겨준다면 퀄컴을 비롯한 반도체 설계기업이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3나노 미세공정을 대안으로 고려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올해부터 성능을 개선한 3나노 2세대 공정 기술을 새로 도입하기로 하며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에 도약의 계기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갖춰내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