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 회의에 이어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통화긴축 기조를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고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도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 회의에 이어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을 이번 금통위에서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돼 여전히 시기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11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3월29일부터 4월3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응답자의 83%가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15%가 0.25%포인트의 인상을 예상했고 0.5%포인트와 0.75%포인트 인상을 바라본 응답자도 각각 1%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에서 금리동결 전망이 팽배해진 것은 국내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 오른 것으로 집계됐으나 2021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서비스물가지수 상승 기여도는 2%포인트대로 높지만 물가 하락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며 “국내 물가 안정은 기준금리 동결의 명분이 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부진한 국내 경기 상황도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하게끔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 수출과 소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경우 기업과 가계에 이자 부담을 늘려 경기침체를 한층 부추길 우려가 있다.
3월 무역수지는 46억2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연속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 연준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산 우려로 통화긴축 기조를 지속하기 힘들 수 있다는 기대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추동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행은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 문제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연준에서 통화정책을 전환한다면 한국은행이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더 이상 보조를 맞춰나갈 필요가 없어진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한 취약성이 부각됨에 따라 미국의 최종금리 눈높이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도 “시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각 회의마다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금통위가 금리인하를 언제부터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
고물가 부담을 덜어낸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7월 무렵부터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하거나 금리인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하방 위험 확대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대응에 나설 경우 2분기 말에서 3분기 초에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인하 또는 금리인하 신호를 보내고 세수부족 누적에 대응해 정부의 추경 집행이 결정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물가 목표치 달성을 못한 상황에서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금리인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물가가 2%로 수렴해가는 시기와 속도일 것이다”고 예상했다.
금리인하 시기를 향한 엇갈린 전망에 시장은 4월 금통위 직후 열릴
이창용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나올 발언에 주목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총재가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은 크다.
이 총재는 2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물가가) 2%로 가겠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가서 논의할 것이다”며 “앞으로 한 몇 개월 사이에 그런 변화가 나타날 여건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