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 직장인 A씨는 전세계약이 끝나고 날도 풀리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매매를 위해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다. 이번에도 전세로 구해볼까 했는데 집값이 내린 참에 내 집을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대출이다. 막상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고 하니 당장 고정금리 상품을 골라야 할지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길게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데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이 길게 이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직장인 A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3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들여다보면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하단이 고정금리 상품보다 여전히 높다.
4대 시중은행의 3월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190~6.705%로 고정금리(3.660~5.856%)보다 금리 하단이 0.53%포인트 높다.
3월3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920~6.946%, 고정금리는 4.410~6.522%로 하단이 0.51%포인트 차이가 났다.
당장 눈앞에 숫자만 놓고 보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낫지만 문제는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보통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다. 은행은 고정금리로 상품을 팔게 되면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 부담(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에 고정금리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책정한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진 이유로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시장이 경색됐던 점과 금융당국이 은행에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고정금리를 더 적극적으로 내린 점 등이 꼽힌다.
금리 방향에 따라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고정금리를, 기준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되지만 현재로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의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곧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금리가 곧 하락하느냐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기는 5월로 앞당겨졌다”며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목표 물가 대비 높은 현재 물가 상승률과 자연 실업률 대비 낮은 현재 실업률을 감안했을 때 시기상조”라고 바라봤다.
이처럼 금리 인하가 당장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서는 고정금리를 추천한다. 특히 대출 만기가 비교적 짧다면 고정금리가 더 낫다는 의견이 금융권에 우세하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변동금리가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출 만기를 10년 이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변동금리를 알아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것이다.
이런 관점은 기준금리가 현재 정점을 찍은 상태이고 결국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장기 대출 상품은 금리 전망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현재 분위기는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기간이 비교적 긴 만큼 장기적 금리 하락 전망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