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이번 추념식에 참석했다면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의 첫 추념식 참석이라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당선인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도민들과 유족들 입장에서는 (제주 4·3) 75주년을 맞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대통령이 참석해서 함께 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도 제주 4·3 추모식에 참석한 만큼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밝힌 윤 대통령 불참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프로야구 개막식 시구를 하는 등 취임 후 세 차례나 서문시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일 “대구는 괜찮고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추모식 불참 배경에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보수진영 내부에서 제주 4·3을 두고 아직도 ‘북한에 의한 폭동’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추모식에 방문해 메시지를 내면 다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 4·3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킨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4.3사건이 일어난 맥락을 보면 김일성이 남로당의 박헌영에게 남한 5·10 단독 선거를 파탄하라는 지시를 전달했기 때문에 제주의 남로당이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도 지난 3월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주 4.3 사건이) 남로당의 무장봉기로 시작됐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과거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다만 보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행보가 지나치게 지지층에만 치우쳐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대로면 다음 총선에서 여권의 승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였던 천하람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의 불참에 관해 “우리 지지층만을 보면서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우리 지도부의 행보나 인적 구성에서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대선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도왔던 신평 변호사도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정부는 (국민의) 10분의 3을 이루는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며 “그것은 달콤한 늪”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그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 한동훈, 원희룡 같은 스타 정치인을 수도권에서 내세운다 하더라도 큰 효험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