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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신 회장은 3일 귀국한 후 2주 넘게 서울 소공동 집무실에서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호텔롯데 상장과 면세점사업 재도전 등 핵심사업은 사실상 ‘올스톱’ 됐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룹 유동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19일 오후 7시께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택에서 열린 조부인 고 신진수의 제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이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격호 촐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격호 회장 등이 마지막으로 회동한 것은 지난해 11월15일 신 총괄회장의 생일 때다. 당시 소공동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에서 30여분간 함께 머물렀는데 서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만 확인한 뒤 자리를 떴다.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라는 겹악재를 겪으면서 유동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롯데그룹 회사채는 시장에서 사실상 ‘왕따’ 취급을 받고 있다.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들은 거래가 끊기고 금리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회사채 발행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발생신고서에 검찰조사 등에 대한 사항을 기록해야 하는 점도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롯데케미칼은 4월 7600억 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관한 사항을 자세하게 보완해 정정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의 비자금 수사의 여파로 롯데그룹은 당분간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재무건전성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 롯데그룹이 다시 회사채시장에 돌아오는 데는 6개월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칼끝은 점점 신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19일 기준 전 롯데케미칼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기 전 사장은 롯데케미칼이 국가를 상대로 270억 원대 세금을 부정으로 환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신 회장의 ‘핵심측근 3인방’ 을 먼저 소환한 다음 곧 신 회장을 부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검찰은 신 회장과 이 핵심인사들의 금융계좌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르면 8월 초나 중순께 신 회장을 소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사실상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 회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