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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유니콘기업 만들기] 사업성이 클수록 뺏길 가능성도 크다, 대처법은

이경만 aba.chairman@gmail.com 2023-03-13 08: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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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유니콘기업 만들기] 사업성이 클수록 뺏길 가능성도 크다, 대처법은
▲ 비즈니스 정글에서 중소기업이 혁신적 상품을 출시했을 때 국내 대기업은 시장에서 매출이 500억 원이 됐을 때 관심을 가지고 800억 원쯤 되면 같은 시장에 진출한다. <픽사베이>
[비즈니스포스트] 제 아무리 사자라도 사냥에서 성공하는 확률은 20% 내외다. 어떤 때는 작은 멧돼지 새끼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멧돼지는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능력이 탁월하다. 사자가 막 달려왔을 때 방향을 90도 각도로 바꾼다. 사자가 두 마리 쫓아와도 요리조리 피해간다. 아슬아슬하게 잡힐 듯할 때 방향을 휙 바꾼다. 

그래서 사자는 힘들게 사냥하느니 표범이나 치타 등이 사냥해둔 것을 뺏으려 들기도 한다. 먹잇감 위에는 독수리가 맴돌고 있기에 그곳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힘으로 표범을 쫓아내고 먹이를 가져가면 된다.

비즈니스 정글도 비슷한 일이 많다. 몇 년 전에 한 벤처기업 사장은 나름대로 혁신기술이 응용된 상품을 출시했다. 국내 시장 규모만 해도 몇 조 원이라면서 스스로가 흥분했다. 

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사업탈취 사례를 많이 봐 왔기에 시장규모가 큰 사업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 그 벤처기업 사장이 걱정스러웠다.

비즈니스 정글 속에서도 맹수들이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혁신적 상품을 출시했을 때 국내 대기업은 언제 그 아이템을 빼앗으려고 달려들까. 대개 시장에서 매출이 500억 원 되었을 때 관심을 가지고 800억 원쯤이 되면 곧바로 같은 시장에 진출한다. 

이렇듯 기업은 당장 돈이 되면 어떤 사업이든지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모 그룹은 계열사가 150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문어발 같다. 지금도 괜찮다 싶은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중소기업형 시장’으로 여겨진 분야라도 가리지 않는다.

브랜드 파워가 없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싸움에서 완전히 밀려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그간 잘 해오던 시장에 맹수가 나타난 격이다. 

이렇게 되면 비즈니스 정글에서 누가 결국 이길까. 특허를 내면 방어가 될 것 같은가. 어림없다. 우리나라는 기술 전쟁 위에 법률 전쟁이 있고 그 위에 '쩐의 전쟁'이 있다. 

즉 돈을 많이 동원하는 자가 결국 이기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로펌을 고용해서 법률적 공격을 하면 어느 중소기업이 이길 수 있겠는가. 더구나 대기업은 인적 자본과 재정이 풍부하기에 좋은 아이템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좋은 아이템이 있을 때 혁신기업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사업탈취의 가능성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내 사업의 성장 가능성, 기술력만 믿고 사업확장에 관한 관심만 가진 채 이런 위험성을 모르면 순진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형 기업생태계를 잘 모르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벤처기업은 결국 사업 콘셉트를 한 대기업에 빼앗기고 말았다.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하라고 조언을 했지만 자신만만했다. 자신이 연구해둔 분야까지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비즈니스 정글의 사자들은 단순히 특허만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아예 시장을 없애버린다. 유사한 기술,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값싸게 뿌려서 이 분야의 새로운 아이템을 없애버린다.

특히 소비재시장은 더 냉혹하다. 편의점에 가 보면 안다. 중소기업 제품이 거의 없다. 모두가 대기업 제품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소비재시장은 혁신기업이 설 자리가 없다. 아예 놔두지를 않는다. 

둘째, 시장진입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만약 정말 시장규모가 크다면 시장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충분한 준비는 단순히 상품생산, 출시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시장진입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도달하는 시간이 짧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 나오면 3년 안에 시장을 석권해야 한다. 그런 스케쥴과 전략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보전략까지 충분히 나와야 한다. 언론까지 섭외되어야 하고, 수출을 시작해야 하고, 국내외 유통전략과 채널까지 잡아야 한다. 그래서 혁신적 제품이 나오면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내도록 해야 하고, 국내외 유통에 대한 대리점 등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일사천리로 진행해야 대기업이 따라올 수 있는 여지를 없앨 수 있다.

셋째, 혁신기술일수록 자금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규모가 큰 사업은 자금이 풍부한 자가 차지한다. 혁신기술이 응용된 상품이 시장에서 수천억 원, 수조 원이 된다면 풍부한 자금이 있어야 제대로 안착한다. 

특히 혁신기술 상품은 시장에서 초기 거래처 확보가 무척 어렵다. 결국 영업이나 광고, 마케팅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자금이 필수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유동성이 풍부해야 한다. 기술 개발하는데도 돈이 무척 든다. 좋은 기술일수록 좋은 자금을 확보하는데 집중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상품이 나오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켜 돈이 금방 회수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사장은 매출을 올려서 회사 가치를 키우는 것보다 좋은 자금을 확보하는데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 풍부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어찌 보면 고급스럽게 사업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평소에 전문 펀드 기관이나 벤처 캐피털리스트(VC)를 알아 두어야 한다. 투자도 기술보다는 소유주를 보고 판단하는 일이 많다. 평소에 신뢰를 쌓아두어야 필요할 때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펀딩은 정말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1년 이상 소요되기에 많은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벤처기업인들 가운데는 자신이 기술개발이나 좋은 상품을 개발해두면 투자자들이 알아서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인 듯하지만 세상은 안 그렇다. 기술도 좋아야 하지만 영업력과 펀딩유치 능력까지 겸해야 한다. 

넷째, 특허는 단순할수록 좋다. 특허는 지켜내기가 어렵다. 상대방이 유사한 특허를 내고 특허금지 소송을 내면 당해내기 어렵다. 그래서 될수록 단순한 특허가 좋다. 너무나 단순해서 특허를 베낄 여지가 없도록 해야 한다. 만약 특허가 복잡하면 우회적으로 회피하려고 하겠지만 단순한 기술은 도저히 베낄수가 없는 것이었다. 비즈니스의 연결고리가 몇 단계가 될수록 더 위험해진다. 

이렇게 혁신기술을 갖고 있거나 시장성 큐모가 큰 사업일수록 사업을 뺏길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차분하게 전략을 수립 후에 시장진입을 빠른 시간에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지역에서 유니콘기업을 꿈꾸는 분들은 이러한 비즈니스 생태계와 회피전략을 잘 알아야 뜻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 이경만
 
이경만 의장은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과장, 국장, OECD 한국센터 경쟁정책본부장,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혁신기업 지원, 지역균형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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