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예탁결제원 차기 사장으로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이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최종 선임됐다.
이 실장은 금융위원회의 승인만 거치면 임기 3년의 예탁결제원 사장 업무를 시작하게 되는데 노조 반발이 거센 만큼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필요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 28일 예탁결제원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의 예탁결제원 사장 선임안을 가결시켰다. |
28일 예탁결제원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실장의 예탁결제원 사장 선임안을 가결시켰다.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대부분 주주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예탁결제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이 실장을 사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했다.
앞으로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뒀는데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순호 신임 사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할 과제를 무겁게 안게 됐다.
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은 세 가지 이유로 이 신임 사장의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첫 번째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다.
이 신임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캠프 시절 경제 분야 싱크탱크에 참여했다. 인수위 때에도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한 자리 챙겨주기’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윤석열 정권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예탁결제원 사장 8명 가운데 6명이 관료 출신이다.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윤석열 정권이 관행을 깨고 학자 출신인 이 실장을 선임했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정권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전문성 부족이다. 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은 이 신임 사장이 은행법 전문가로 주식 채권 등 증권의 예탁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이 신임 사장의 NH농협금융 사외이사 경력이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NH농협금융의 자회사 NH투자증권과 소송 중으로 노조 측은 이해관계 충돌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은 이 신임 사장이 금융위 승인을 거쳐 사장으로 최종 선임되면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후보자 청문회와 임직원 찬반투표 등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신임 사장은 노조와 임직원 관계 설정과 함께 산적해 있는 예탁결제원의 과제들을 완수함으로써 논란을 돌파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토큰증권(STO) 시스템 구축을 올해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똑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가치에 근거해 발행된다.
토큰증권은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제도권으로 편입됐다.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증권과 통합되는 첫 사례로서 예탁결제원의 임무가 막중하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중요한 과제다. 세계국채지수는 주요 연기금 등이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채권지수이다.
여기에 편입되면 선진국 채권으로 인식돼 자금 유입과 편입국의 국채시장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편입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올해 4월에 편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순호 신임 사장은 1967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연구원 금융산업및제도연구실 연구위원에서 시작해 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연구센터장,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 은행보험연구2실장, 은행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