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설치된 종. 증시개장과 마감 그리고 상징적인 일이 있을 때 종을 울린다. < Reuters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주요 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절차가 기존 심사제에서 등록제로 전면 개정된다.
중국 경제 리오프닝과 맞물려 전 세계 자금이 몰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 및 중국 당국의 통제적 성향은 여전히 증시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SSE)와 선전증권거래소(SZSE)의 메인보드(주요 종목 거래시장) 기업공개 관련 규정이 심사제에서 등록제로 전면 바뀌며 중국 자본시장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기업공개를 위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의 심사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기업공개 심사를 담당하고 나중에 보고만 하면 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증감위는 심사 주체가 변화할 뿐만 아니라 주식발행 및 기업공개 과정이 표준화되고 투명해져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등록제 시행이 처음은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이 상장하는 중국판 나스닥인 상하이거래소 과창판, 선전거래소 촹예반, 베이징거래소 등에서는 등록제가 시범적 성격으로 이미 시행 중이다.
전면 등록제의 공식 시행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16일 의견수렴 기한이 종료됐다. 중국 증권업계에 따르면 3월4일 개막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제도 변화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공개 제도 변화는 전 세계 기업에 자금조달 및 투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본시장 규모 및 기업공개 실적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자본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10월에 중국의 2023년 성장률 전망치였던 4.4%를 최근 5.2%로 높여 잡았으며 경제 성장에 따라 자본시장 활성화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공개 시장은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전 세계 기업공개 시장 부진 속에도 돋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년 상하이, 선전, 베이징 거래소 등을 통한 중국 기업들의 기업공개 규모는 920억 달러(약 120조 원)로 전 세계 기업공개 실적에서 46%를 차지했다. 2021년 13%와 비교해 33%포인트 높아졌다.
2022년 중국에서 기업공개를 한 391곳 가운데 9곳의 기업이 10억 달러 이상 조달에 성공했다. 미국은 2건, 홍콩 3건, 독일 1건에 불과하다.
▲ 미국과의 정치적 갈등은 중국 자본지상에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미국 시민운동가 패트릭 마호니 목사가 15일(현지시각) 워싱턴DC의 중국 대사관 밖에서 감시 풍선 의혹과 관련해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 AFP > |
2019년 출범해 이미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는 커촹반 거래규모를 보면 등록제 전환시 중국 자본시장에 몰릴 자본규모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커촹반에 상장한 기업 수는 2022년 3월 기준 400곳을 넘는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5600억 위안(약 105조6573억 원)을 상회한다.
중국 핑안증권의 애널리스트 웨이 웨이는 “등록제는 자본 시장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촉진할 것"이라며 "컴퓨터, 전자 등 성장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서 말했다.
한국 투자업계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제 성향이 강한 중국의 체제 및 미국과의 정치적 갈등은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융회사와 인터넷 플랫폼 회사는 바뀌는 제도 아래서도 기업공개 전에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주류 및 교육관련 회사는 기업공개가 금지된다.
2020년 10월 중국 알리바바그룹 전 회장 마윈이 상하이 와이탄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당국의 규제를 강하게 비판했다가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그룹의 과창판 기업공개가 중단된 사례가 있다.
최근 미국 상공에 나타난 ‘미확인 비행체’ 사건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 또한 중국 자본시장 투자자 및 중국에서 기업공개를 하려는 기업에게는 잠재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첨단기술 산업에 미국 기업 자본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의원인 맥신 워터스는 뉴욕타임즈를 통해 "미국 헤지펀드, 사모펀드, 월스트리트가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거나 중국 정부의 적대적인 행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