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LB(에이치엘비)가 '바이오도 하는 기업'에서 '바이오만 하는 기업'으로 변신한다. 진양곤 HLB 대표이사 회장이 2008년 구명정 제조업체 HLB(옛 이노GDN)를 인수한 지 약 14년 만이다.

진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HLB의 바이오사업 역량을 강화해왔다. 오랜 투자가 결실을 맺어 HLB는 마침내 신약개발 등 바이오사업을 통한 자립을 이룰 수 있게 됐다.
 
HLB '바이오만 하는 기업' 탈바꿈, 진양곤 14년 투자로 신약개발 자립

진양곤 HLB 대표이사 회장이 HLB에서 선박사업을 떼어내 순수 바이오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20일 HLB에 따르면 선박사업을 포함한 복합소재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5월19일 100% 비상장 자회사 'HLB이엔지(HLBENG Co., Ltd.)'를 세우기로 했다. 

분할 후 존속회사인 HLB는 바이오·헬스케어사업만을 하게 된다. 

진 회장에게 HLB에서 선박사업을 분리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은 일이다. 

선박사업은 HLB의 본업이다. 진 회장은 애초 구명정 제조회사인 현대라이프보트를 기반으로 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이노GDN을 사들여 현대라이프보트에서 따온 HLB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현재 HLB에서 선박사업의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진 회장이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바이오·헬스케어사업의 덩치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HLB의 뜻이 현대라이프보트를 벗어나 'Human life Better'로 바뀐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HLB 관계자는 "HLB가 완전한 바이오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오랜 주주들의 염원이었고 회사에서도 이를 약속해왔다"며 "과거에는 선박 대비 바이오 분야의 매출이 적어 여의치 않았으나 이제 바이오 매출이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분할되는 HLB이엔지의 2022년 매출은 179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존속 HLB의 매출은 1582억 원을 기록했다. 바이오·헬스케어사업을 통해 선박사업의 9배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HLB는 이런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지난해 12월 거래소에 등록된 회사 업종을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에서 '의료용품 및 기타 의약 관련 제품 제조업'으로 전환했다.

바이오·헬스케어사업은 HLB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할 전 HLB는 2022년 별도기준 매출 1760억 원, 영업이익 376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바이오·헬스케어사업이 이처럼 성장한 데는 진 회장이 2021년 인수한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 에프에이의 역할이 컸다. 에프에이는 코로나19 시기 애보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글로벌 진단기업에 검체채취도구를 공급하며 급성장했다. 올해 HLB 헬스케어사업부로 출범해 회사 실적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HLB가 보유한 항암제도 매출 확대에 기여한 공신으로 꼽힌다. HLB는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으로부터 항암제 '리보세라닙' 관련 로열티를 매해 수십억 원씩 거둬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스웨덴 제약사에서 도입한 항암제 '아필리아'의 독일 출시에 성공해 추가적인 수익원 확보가 가능해졌다.

바이오사업만으로 HLB를 운영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제 신약개발 성과가 기존보다 훨씬 큰 기업가치 향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 회장은 여러 번의 인수합병을 거쳐 엘레바테라퓨틱스, 이뮤노믹테라퓨틱스, 베리스모테라퓨틱스 등 신약개발기업들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엘레바테라퓨틱스는 현재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과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리보세라닙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HLB 관계자는 "올해는 간암 신약허가 신청 등 오랜 신약개발 과정의 끝자락에 있어 이에 대한 중요 성과를 보이기 전에 바이오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할 것이다"며 "바이오기업으로 전환을 통해 해외 바이오 전문 펀드를 유입시키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