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들을 향한 정부의 고통분담 압박에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입김이 강한 통신사업의 특성과 그동안 거둬들인 막대한 영업이익을 고려하면 고통분담 요구를 외면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5G요금제 세분화, 즉 중간요금제 확대 방안을 마련해 정부의 요구에 화답할 필요가 있지만 그에 따른 실적 후퇴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고통 분담 압박에 ‘식은 땀’, 유영상 5G 중간요금제 확대 고심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고물가에 따른 민생경제 고통분담 압박을 마주하며 5G 요금제를 세분화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따른 민생경제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5G 중간요금제를 확대하는 등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통신사들을 향해 물가 안정 노력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정부 특허 사업"이라며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동통신3사는 3월 한 달 동안 모바일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하며 대통령 발언에 즉각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SK텔레콤은 만 19세 이상 3G, LTE, 5G 고객에게 데이터 30GB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KT 역시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는 만 19세 이상 3G, LTE, 5G 고객에게 데이터 30GB를 자동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3월 한 달 동안 모바일 서비스 고객 모두에게 가입 요금제에 포함된 기본데이터와 동일한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데이터 제공 방안이 임시방편 성격이 강한 만큼 이동통신3사는 소비자들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정부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통신요금 절감 방안은 5G중간요금제를 보다 세분화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8월 중간요금제가 한 차례 도입된 적이 있다.

애초 이동통신3사는 크게 10GB와 100GB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양극화된 5G 요금제 체계를 마련했는데 10GB와 100GB 사이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고객은 어쩔 수 없이 고가요금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지난해 8월 SK텔레콤은 24GB, KT는 30GB, LG유플러스 31GB를 제공하는 5G중간요금제를 내놨다.

하지만 31~100GB 사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필요한 데이터를 충족하려면 여전히 고가요금제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어 이를 놓고 비판 여론이 이어졌다. 게다가 이동통신3사가 마련한 중간 값인 24~31GB는 10GB와 100GB 사이의 산술적 중간값인 55GB와 비교해 치우친 감도 없지 않다.

중간요금제의 1GB당 단가도 고가요금제와 비교해 비싼 편이다. SK텔레콤을 예로 들면 중간요금제 상품(24GB-5만9천 원)의 1GB 단위당 가격은 2458원으로 고가 요금제 상품(110GB-6만9천 원)의 1GB 단위당 가격(627원)보다 4배가량 비싸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이 고가요금제 사용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0~100GB 구간 사이 5G 요금제가 상반기 안에 출시될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들과 협의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이동통신3사도 서둘러 세분화된 요금제 개편안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통신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SK텔레콤으로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서 요금제나 약관에 관해 ‘유보신고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유보신고제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정부에 요금제 이용약관을 신고만 하면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15일 이내에 지배적 사업자가 제출한 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에 요금제를 신고하기만 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바로 새 요금제 상품을 출시할 수 있어 통상 SK텔레콤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내놓은 요금제 개편안은 나머지 이동통신사들에게도 기준점이 된다.

다만 유영상 사장으로서는 중간요금제 확대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기정통부 무선서비스 통계에 따른 작년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총 2805만9천여 명으로 전년보다 714만4000여명 증가했다. 5G 보급률은 58%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통신서비스 보급률이 60%를 지나는 시점부터 가입자 유입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5G 가입자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둔화할 공산이 크다. 

5G요금제가 ARPU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5G 가입자의 평균 매출은 LTE 가입자와 비교해 1.4~1.6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5G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만큼 설비투자나 마케팅 비용 등의 상승 역시 제한된다. 하지만 중간요금제 확대로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중간요금제로 옮겨간다면 그만큼 ARPU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서는 실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중간요금제 확대에 소극적으로 나서기도 마땅찮은 형편이다.

윤 대통령 말처럼 통신사업은 과점 구조에다 정부 허가를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로서도 올해 초 가스요금 인상으로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였던 만큼 통신요금을 낮추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을 집요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들여 엄살을 피우기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4천억 원에 육박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 측에서 5G중간요금제 확대를 언급하며 물가 관리 측면에서 통신사업자의 희생을 일정 부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이슈가 확대 재상산되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