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9대 국회 때 자동 폐기됐던 중간금융지주회사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도입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한다.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에 다시 나설지 주목된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8일 공정위와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최근 20대 국회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간금융지주회사란 금융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를 만든 뒤 이 금융지주회사를 원래의 지주회사 밑으로 포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정부, 여당은 대기업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해 금융 계열사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야권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을 완화할 경우 재벌(지주회사)에 금융사 소유를 사실상 허용하게 돼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삼성생명이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삼성카드 지분(37.5%)을 1조5405억 원에 매입하면서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추진해 왔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삼성생명 지분율 15%), 삼성증권(11.1%), 삼성카드(71.9%), 삼성자산운용(9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금융 계열사의 지주회사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초 금융위원회와 금융지주회사 계획안을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중간지주회사 전환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기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상장 금융자회사 주식을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보유하는 동시에 모든 자회사의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쉽사리 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이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계열사 지분을 총자산의 3% 넘게 보유할 수 없게 되는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43%)도 3% 이상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 구조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는 데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생명은 현재 구조로는 10년 이상 갈 수 없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비용 문제에 대해 “삼성이 스스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큰 틀에서 보면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삼성그룹에 퇴로를 열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