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30일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영국 남극조사소가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남극 난센 빙붕의 860m 두께의 얼음을 뚫고 빙하 아래 해저를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남극 난센 빙붕과 이번 열수시추가 진행된 위치. <해양수산> |
[비즈니스포스트] 남극에서 한국 연구진 주도로 지구 해수면 상승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30일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영국 남극조사소가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남극 난센 빙붕의 860m 두께의 얼음을 뚫고 빙하 아래 해저를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빙붕은 남극 대륙빙하와 이어진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덩어리로 바다에 떠 있으면서 빙하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번 빙붕 시추 성공은 전 세계의 빙붕 ‘열수시추’ 탐사 가운데 영국 남극조사소의 기록에 이어 네 번째로 두꺼운 얼음을 뚫은 기록에 해당한다.
열수시추는 섭씨 90˚ 이상으로 끓인 물을 얼음에 고압으로 뿌려 구멍을 만들어서 빠르게 바닥까지 뚫는 기술이다.
빙붕 시추의 성공으로 지구의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데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난화로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은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미리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극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아내릴지 그리고 이로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남극 빙붕 아래쪽의 해양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빙붕은 바다와 맞닿은 대륙빙하에 가까워질수록 얼음이 두꺼워지는 특성이 있어 얼음을 뚫고 아래쪽을 관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극지연구소의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기술 지원을 위해 참여한 영국 남극조사소 연구진과 함께 지난해 12월 남극장보고과학기지에서 약 30km 떨어진 난센 빙붕에 캠프를 설치하고 얼음 아래에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물을 채우는 방법으로 물을 확보했다.
올해 1월 3일부터 5일까지 모두 42시간의 끊임없는 열수시추 끝에 마침내 860m 두께의 얼음을 뚫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에는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에서 빙붕 열수시추(1100~1300m)에 도전해 빙붕 하부를 탐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웨이츠 빙하 지역 하부를 탐사하게 되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더욱 정확히 예측하고 기후변화 예측 모델의 정확도를 향상할 수 있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로 전부 녹으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이 65cm 오르고 주변 다른 빙하가 녹는 것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남극의 혹독한 추위와 강풍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1천m에 가까운 두꺼운 얼음을 단기간에 뚫고 그 아래를 탐사하는 것은 인류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이러한 성공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더욱 정밀하게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