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01-26 14: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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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LG이노텍이 IT제품 수요 부진과 주요 고객사 애플의 아이폰 생산 차질 영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카메라모듈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던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2023년 3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또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LG이노텍은 2023년 아이폰15 카메라모듈 공급 확대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의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60.4%나 줄어든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14 생산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부품 납품 기업들은 실적타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아이폰용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고 있는데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이른다.
다만 2022년 한 해 전체로 보면 LG이노텍은 역대 최대실적 경신을 이어갔다. LG이노텍은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1년과 비교해 각각 31.1%, 0.6% 증가했다.
LG이노텍은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는데 지난해에 이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경쟁사인 삼성전기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6%, 20.4%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대조되는 성과인 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부분의 전기전자기업들이 지난해 실적부진을 겪었던 것을 고려하면 LG이노텍의 실적은 더욱 돋보인다.
LG이노텍이 이처럼 위기에 강할 수 있었던 것은 정철동 사장이 일찌감치 사업성이 낮은 스마트폰용 기판, 조명용 LED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카메라모듈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던 덕분으로 분석된다.
정 사장은 2018년 말 LG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LG이노텍 사장을 맡은 뒤 2019년 12월 스마트폰용 메인기판 생산을, 2020년 상반기에는 조명용 LED 생산을 각각 중단했다. 대신 주력 사업이었던 카메라모듈 기술 경쟁력을 더 강화하며 아이폰 최대공급업체로 입지를 굳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폰 카메라모듈은 본래 3개의 주요 공급업체가 있었다. 2020년 기준으로 아이폰 카메라모듈 점유율은 LG이노텍이 58%, 일본 샤프가 37%. 중국 오필림이 5%였다.
하지만 샤프의 카메라기술 경쟁력이 점차 뒤처지고 중국 오필름은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 문제로 애플 공급망에서 퇴출되면서 2022년 아이폰14에서 LG이노텍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 LG이노텍의 폴디드줌 카메라모듈. < LG이노텍 >
게다가 올해 하반기에 출시되는 아이폰15에는 LG이노텍 점유율이 90%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아이폰15 고가모델은 처음으로 고배율 줌이 가능한 폴디드줌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LG이노텍밖에 없기 때문이다.
폴디드줌은 빛을 잠망경 형태로 꺾는 방식으로 이미지센서에 전달해 광학줌을 구현하기에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모듈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스마트폰 후면의 이른바 ‘카툭튀’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에서 광학줌 카메라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각 배율에 맞는 고정줌을 넣어야 됐지만 LG이노텍의 폴디드줌을 넣으면 하나의 모듈로 4~9배율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촬영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4~9배율 사이의 모든 구간을 깨끗하게 촬영하기 위해서 줌 액추에이터(카메라 구동장치)도 독자 개발했다. 이 덕분에 구동속도가 빨라지고 효율적인 배터리 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액추에이터는 손떨림을 막아주는 보정부품이다.
아이폰15 시리즈부터 탑재될 폴디드줌 카메라모듈은 평균판매단가가 기존보다 2배 높고 줌 액츄에이터도 기존보다 3배 높아 올해 하반기 LG이노텍의 수익성 개선은 확실시되고 있다.
LG이노텍은 폴디드줌 카메라모듈와 줌 액츄에이터 생산을 위해 올해 약 1조65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LG이노텍의 2022년 설비투자 규모인 1조561억 원보다 약 57% 증가한 것이다.
사실상 애플과 부품 공급 협의를 마치고 품질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2023년에도 LG이노텍이 3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또 경신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국내 다른 IT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역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LG이노텍은 애플 내 확고한 경쟁력과 광학솔루션의 평균공급단가 상승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며 “특히 내재화된 액추에이터는 모듈보다도 수익성이 높아 LG이노텍의 영업이익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