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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의 ‘왓챠’가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에서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까?
스타트업 3년차 왓챠는 ‘한국의 넷플릭스’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동영상 콘텐츠시장의 ‘빅뱅’이 가속화하고 있어 토종 왓챠의 생존전략이 주목된다.
넷플릭스는 7일 한국 드라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 월드’를 국내에 독점으로 공개했다. 한중미 합작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10부작으로 드라마 팬인 한국 소녀가 드라마 속 세계에 빨려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넷플릭스는 최근 공동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설명회를 열고 한국 콘텐츠 사업의 확대를 선언했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월 9.99달러의 정액을 내면 영화와 드라마, TV프로그램을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세워 190개국에서 8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했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국내 진출 반년 동안 가입자 수가 5만 명 정도로 부진한 데 따른 해법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 콘텐츠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이 준비중인 새 영화 ‘옥자’에 이미 대규모로 투자했다. 올해 상반기 흥행작 반열에 오른 나홍진 감독의 ‘곡성’도 헐리우드 메이저인 21세기폭스가 직접 투자와 배급을 맡아 짭짤한 흥행수익을 챙겨갔다. 중국도 동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큰손’으로 떠올라 무서운 속도로 시장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서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영화를 한국영화로 과연 부를 수 있는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동영상 콘텐츠사업에서 3년차 스타트업의 강자인 왓챠가 주목되는 이유다. 왓챠는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가 내놓은 영화 추천서비스다.
왓챠 서비스는 지극히 단순하다. 영화를 추천해주고 이용자가 영화에 대한 별점을 매기고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도록 한 정도다. 왓챠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170만 명 정도, 활성 사용자 수는 약 52만 명에 이른다. 동영상 세대인 10~30대 사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프로그램스는 왓챠 서비스를 통해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올해 5월 왓챠플레이 모바일앱을 선보였다. 개인에 최적화된 월정액 주문형 VOD 스트리밍 서비스다.
왓챠플레이는 한국영화는 물론 셜록, 플래닛 어스 등 영국 BBC, 다큐프라임 등 EBS의 콘텐츠를 추가해 1만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를 스트리밍 서비스하고 있다.
왓챠가 보유한 한국영화 타이틀은 모두 1277편에 이른다. 한국영화만 놓고 보면 넷플릭스가 보유한 41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콘텐츠를 확보한 셈이다.
왓챠플레이는 누적 앱 다운로드수가 20만 명을 넘었다. 동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앱이어서 활성사용자의 1인당 평균 체류시간이 197시간에 이르러 넷플릭스의 41분보다 5배 가까이 길다.
박태훈 대표는 “다양한 국적, 다채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국영화도 계속해서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업로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왓챠플레이는 월 이용료가 4900원으로 넷플릭스보다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깔끔한 유저 인터페이스와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의 별점 평가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도 무기다.
동영상 콘텐츠 소비자층이 TV를 기반으로 한 IPTV에서 모바일 동영상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점도 왓차플레이스이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박태훈 대표가 동영상 콘텐츠서비스에서 살아남으려면 만만치 않는 도전을 뛰어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밖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공룡의 도전을 받고 있고 안에서는 SK텔레콤 등 대기업들도 시장공략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과 합병 추진에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텔레콤은 앞서 CJ헬로비전과 합병을 발표하면서 3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업계는 SK텔레콤이 앞으로 M&A 성사와 무관하게 자본력과 IPTV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에 나설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동영상 콘텐츠산업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통뿐 아니라 생산까지 담당하는 영역파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