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12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2023년도 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투자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감소 등 영향을 고려해 올해 시설 투자에 들이는 금액을 시장 예상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으로 TSMC의 시장 점유율을 추격할 기회가 커질 수 있다.
대만 타이페이타임스는 11일 “TSMC가 올해 실적 전망을 발표하는 투자자 콘퍼런스를 앞두고 있다”며 “주주들은 TSMC의 시설 투자와 글로벌 시장 확대 계획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2023년 연간 실적 전망치는 투자자들에게 특히 민감한 정보로 꼽힌다. 2022년 12월 매출이 11월 대비 줄어들며 하반기 들어 첫 감소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타이페이타임스는 IT시장 침체로 고객사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재고량도 늘어나면서 TSMC의 반도체 공급 감소를 이끌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지면서 반도체업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TSMC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반도체 시설 투자에 들이는 금액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 조사기관 인포메이션네트웍스 보고서에 따르면 TSMC가 2023년 시설 투자에 들이는 비용은 340억 달러로 예상된다. 2022년 추정치와 비교하면 6% 줄어드는 수치다.
삼성전자의 연간 파운드리 투자 금액은 124억 달러로 같은 기간 6.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점과 상반된다.
현재 TSMC의 파운드리사업 규모가 삼성전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절대적인 금액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그러나 TSMC의 2021년 파운드리 시설 투자금이 전년 대비 75.4%, 2022년 19.9% 증가했다는 점을 두고 보면 2023년 예상 투자 금액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 해당한다.
TSMC는 2021년 초에 “앞으로 3년 동안 1천억 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이런 목표치를 간신히 충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TSMC의 시설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하고 있는 새 파운드리공장이다. 해당 공장의 투자 규모는 최근 12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늘어났다.
TSMC는 연이어 대만에 앞으로 600억 달러를 투자해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올해 연간 시설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이런 중장기 투자 목표도 예정보다 축소되는 등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파운드리사업에 시설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온 삼성전자가 TSMC와 생산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도 메모리반도체 및 시스템반도체에서 모두 공격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는 TSMC가 업황 침체에 대응해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상황에도 투자 확대를 포기할 조짐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여러 협력사에서 입수한 정보를 종합해 보면 내년에도 활발한 시설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반도체업황이 악화할 때 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수익성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반도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당장의 수익성 확보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가 2022년 3분기말 기준 129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전략을 쓸 수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우수한 재무구조를 갖춘 만큼 실적 악화를 감수하면서도 반도체 시설 투자를 확대하기에 TSMC와 같은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의 매출 점유율은 56.1%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5.5%로 뒤를 이었다.
TSMC가 시설 투자를 축소하고 삼성전자는 확대하는 흐름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면 이런 격차는 점차 줄어들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