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12-26 11: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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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CJ그룹 바이오사업을 이끄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마침내 신약 임상을 추진한다. 올해 초 출범한 뒤 약 1년 만이다.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회사 출범 당시 2025년까지 후보물질 10건,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임상은 목표 달성을 위한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첫 임상을 추진한다.
26일 CJ바이오사이언스는 면역항암 후보물질 'CJRB-101'의 미국 임상1상을 신청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CJRB-101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집합)을 기반으로 개발된 약물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에서 비소세포폐암, 두경부편평세포암종, 흑색종 등 암종을 대상으로 CJRB-101과 미국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병용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CJ제일제당에 인수된 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임상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모태는 천종식 대표가 설립한 마이크로바이옴 개발기업 천랩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천랩을 인수한 뒤 올해 초 CJ바이오사이언스로 재탄생시켰다.
회사 간판은 바뀌었지만 연구개발 주체는 그대로다. 이름난 미생물학자인 천 대표가 천랩에 이어 CJ바이오사이언스에서도 CEO를 맡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천 대표는 1월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에서 "오늘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인류에게 기여할 수 있는 난치병 치료와 예방 분야의 위대한 시작으로 기억될 것이다"며 신약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조만간 CJRB-101 이외에도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장질환, 신경질환 등에 대한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후보물질 가운데 염증성장질환(IBD) 치료제 'CLP105'의 경우 2023년 임상1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외부와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9월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한 CJ바이오사이언스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까닭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전체 제약바이오업계 중에서도 비교적 새로운 시장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처럼 막 임상에 돌입한 기업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단 1종밖에 없다.
천 대표에게 CJ바이오사이언스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은 지식인으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교수 등 학자들이 학문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창업을 통해 보유한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천 대표는 서울대 교수를 지내면서 천랩을 창업해 교수와 CEO를 겸직했다. 이후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과 함께 교수를 그만두고 전업 CEO로서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천 대표는 지난해 말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서울대 퇴직을 알리면서 "앞으로 인류의 질병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좋다"며 "과학을 통한 질병 극복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모인 120명의 CJ바이오사이언스 멤버들과 새롭게 떠나는 여정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