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시장의 개막과 3D게임 등 고성능 콘텐츠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며 엔비디아와 AMD등 PC용 그래픽카드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카드업체들의 경쟁이 PC 수요의 회복을 이끌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가상현실시장 개막 앞두고 신제품 경쟁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엔비디아의 ‘GTX1080’과 AMD의 ‘RX480’ 등 고성능 그래픽카드 신제품이 출시되며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
|
|
▲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신제품 '지포스 GTX1080'. |
엔비디아의 GTX1080은 5월 말 출시됐는데 고사양 콘텐츠와 3D게임에 특화한 높은 성능을 앞세워 600달러의 고가에도 초반에 품절사태를 겪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6월 출시된 하위 제품 GTX1070도 높은 수요를 이끌고 있다.
엔비디아는 세계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80% 정도의 점유율로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올해 출시되는 그래픽카드 신제품의 흥행이 예상되며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3% 올랐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기업 가운데 드물게 지속성장이 가능한 업체”라며 “매출이 해마다 늘어나며 그래픽카드시장 급성장에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AMD는 유일한 경쟁자로 꼽히는데 6월 말 신제품 ‘RX480’을 출시했다. RX480은 200달러의 낮은 가격에도 높은 성능비를 갖춰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힌다.
RX480 역시 현재 아마존 등 대형 온라인몰에서 품절사태를 보이며 웃돈이 얹어져 거래되는 등 예상 밖의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엔비디아는 최근 수년동안 이어진 콘텐츠 고사양화로 놀랄만한 성장을 이뤄냈다”며 “하지만 AMD 등 경쟁사의 추격이 거세지며 판도가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올해 가상현실과 고성능 게임시장의 확대로 외장형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급증하며 AMD 역시 강력한 신제품을 앞세워 높은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면 인텔의 PC용 CPU에 내장된 그래픽카드로 낮은 사양의 게임이나 대부분의 업무를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3D게임이 등장해 사용자기반을 확대하고 가상현실기기 업체들이 올해 신제품을 내놓으며 외장형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사용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HTC는 미국 최대 게임유통업체 밸브와 협력해 PC에 연결하는 고성능 가상현실기기 ‘바이브’를 곧 출시한다. 가상현실 콘텐츠 특성상 훨씬 많은 양의 그래픽 정보를 처리해야 해 외장형 그래픽카드 탑재가 필수적이다.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GTX1080과 RX480 등 신제품이 가상현실게임 구동에 특화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 반도체기업에 영향은?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카드 대결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업체들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두 업체는 그래픽카드를 설계해 위탁생산업체에 생산을 맡긴 뒤 이를 에이수스 등 제조사에 공급해 PC에 장착되는 모듈 형태로 출시하도록 한다.
|
|
|
▲ AMD의 그래픽카드 '라데온 RX480'. |
엔비디아의 GTX1080에 탑재되는 GPU는 TSMC에서 위탁생산한다. AMD는 지난해까지 TSMC에 위탁생산을 맡겼지만 올해 RX480은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
AMD의 RX480이 가격 대 성능비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호평받으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 삼성전자도 위탁생산 물량을 늘리며 수혜를 입게 된다.
두 업체가 출시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진 만큼 사용자들은 이를 탑재하기 위해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PC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와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늘리며 수혜를 입게 된다.
두 그래픽카드 업체의 경쟁이 화제를 모으며 세계 PC업체들은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고성능 그래픽카드 경쟁이 PC 교체수요를 자극해 반도체 업황을 개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형 그래픽카드업체 신제품의 성능개선 폭이 이전보다 커지며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고사양 게임의 흥행과 가상현실시장의 개막이 PC 수요의 회복을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