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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모든 것] 옛 의뢰인한테 온 이상한 전화, 그의 치매가 내게 온다면

고윤기  hope@businesspost.co.kr 2022-12-1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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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몇 달 전에 예전 의뢰인으로부터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아보면 횡설수설하면서 한참 전에 끝난 자신의 소송 이야기를 하곤 했다.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그분의 가족에게 연락했는데, 치매가 왔다고 한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면서,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꼭 치매가 아니더라도, 나이를 먹으면 정신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상속에서도 생전에 고인이 했던 재산의 증여, 유언장 작성 등이 그의 ‘진정한 의사’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치매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재산을 증여한 경우, 상속인들 간의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서 요양병원의 면회가 크게 제한되었던 시기에 그런 일이 자주 생겼다. 이때 있었던 고인의 재산 행위나 유언에 대해서 지금 다수의 분쟁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치매와 관련된 다툼이 법정까지 온 경우, 법원은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그 기준 중의 하나가 의사의 진단이다. 즉 치매 증상으로 유언이나 증여의 효력을 부정하려면 의사의 치매 진단이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의 치매 판정이 없어도 법원이 고인의 행위의 효력을 부인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특별한 상황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법원은 치매 진단을 받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재산적 행위나 유언을 할 수 없다고 보지 않는다. 이때 한 유언이나 재산 행위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지도 않는다. 

법원은 유언의 경우 유언할 당시에 유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식별능력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치매 진단

을 받았더라도 실제 유언을 하는 그 시점, 그 시간에 정신이 돌아와 있으면 유언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증이 아닌 치매 환자들을 보면 온종일 정신이 나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은 제정신인데, 순간순간 정신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법원의 판단기준이 이렇다 보니 분쟁이 발생하는 곳도 바로 이 지점이다. 고인의 행위의 효력을 부정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행위 시에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반대의 입장에서는 ‘의사능력’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려고 치열하게 다툰다.

만약 나에게 치매가 시작되었다면, 특히 병원에서 치매로 진단을 받았다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식들이 나의 사후에 서로 적이 되어 싸우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개시 결정을 받아 내 재산을 후견인이 관리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법적인 절차를 가장 간명하게 할 수 있다. 재산상 처분행위에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므로, 상속인 간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확률로 줄어든다.

하지만 성년후견의 방법은 법원의 허가를 받는 절차가 번거롭다. 또 후견이 있어야 하는 당사자가 자신이 후견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차선책으로 내가 상속이나 재산처분과 관련한 행위를 할 때 그 시점에서 의사능력이 명확히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장치를 만드는 것이 좋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의사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행위 당시의 상황을 녹화하는 것도 하나의  증명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결국 이에 대한 해법은 본인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전제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치매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지금보다 더 정신이 흐려질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사후에 내 의사가 왜곡되지 않을 수 있다. 상속인들의 분쟁이 방지될 수 있다. 나와 나의 상속인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본인이기 때문이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기사 상단의 동영상 출처는 유튜브 <법률꿀팁>으로 고윤기 변호사가 직접 제작한 영상임.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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