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플렌티 언리미티드, 줄여서 플랜티라는 미국 회사가 있다. 플렌티의 주요 상품은 ‘버티컬팜’(수직농장)이다.
버티컬팜이란 아파트를 짓는 것처럼 수직으로 농장을 짓는 것을 말한다. 공장처럼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식 농장’이라고도 부른다.
플렌티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플렌티는 2020년까지 비전펀드를 포함한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6천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조달했다.
또 올해 초에는 비전펀드가 주도하는 약 4억 달러 규모의 펀딩이 진행됐는데, 여기에는 세계 최고의 유통회사, 월마트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경영진이 직접 플렌티 이사진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플렌티의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도 이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버티컬팜은 농장을 수직으로 쌓아올리기 때문에 좁은 면적의 농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기후나 토양같은 것도 기계적으로 맞출 수가 있다. 세계 유명 기업들이 버티컬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독일의 바이엘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바이엘은 아스피린, 마데카솔 등의 제품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다.
바이엘은 적극적으로 ‘작물과학’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8년에는 농산물 회사 몬산토를 무려 63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80조 원에 육박하는 거금으로 인수했다.
바이엘이 몬산토를 인수한 이유도 버티컬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몬산토가 ‘종자’를 개발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종자 회사 인수 역시 버티컬팜에 알맞은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 특히 상장사 가운데 이 버티컬팜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는 없을까?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바로 그린플러스다.
그린플러스는 스마트팜의 설계와 시공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다. 생각보다 긴 업력을 갖고 있는데, 설립이 1997년이다.
원래는 온실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었는데, 알루미늄 압출 생산라인을 기반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해 현재는 스마트팜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린플러스는 국내에 25건, 해외에 5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 10월에는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린플러스는 현재 국내 상장사 가운데 유일한 스마트팜 관련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2021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첨단 버티컬팜 건설 기술을 선보였고, 자회사 그린케이팜을 통해 충남 당진에 8500평 규모로 첨단 버티컬팜을 건설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호주, 동남아 등에서 활발하게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다. 호주는 올해 폭염 때문에 전력망 부하, 단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이상 기후 때문에 농작물 생산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버티컬팜을 포함한 스마트팜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티컬팜의 중요성은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한국의 식량안보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바로 우리의 주식인 ‘쌀’의 자급률이 거의 완전자급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WTO 협정으로 매년 우리가 소비하는 쌀의 10%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을 살피면, 우리나라의 쌀 지급률은 매년 100%를 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연도별 쌀 생산량을 살펴보면 생산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04년에 500만 톤이었던 쌀 생산량은 2020년에 351만 톤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자급률은 2004년 96.5%, 2020년 92.1%로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민들의 쌀 소비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쌀 대신 밀가루, 옥수수 등 대체 곡물 소비량이 늘었다는 말도 된다.
국내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만약 해외에서 밀이나 옥수수 등의 공급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쌀 소비량은 급증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절대 충분하다고 볼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쌀 생산량을 늘리면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무턱대고 쌀 생산량을 늘렸다가 잉여 쌀이 많아지게 되면 쌀 가격이 떨어져 농가에도 손해가 갈 것이고 의무적으로 매수해줘야 하는 정부의 부담도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쌀 이외의 다른 곡물, 밀, 옥수수 등의 자급률을 어느 정도는 끌어올리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가 밀이나 옥수수를 재배하기에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럴 공간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곳이 바로 버티컬팜을 비롯한 첨단 농법이 빛을 내는 지점이다. 버티컬팜은 농지가 부족하다는 우리나라 농업의 근본적 한계를 해결해 주는, 그러면서 기후와 지형 등의 문제도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과연 버티컬팜 기술은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그린플러스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지켜 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